설교자와 컴퓨터, 영적자각이 다르다

설교자와 컴퓨터, 영적자각이 다르다

[ 연중기획-인공지능시대를읽다 ] (13)인공지능 시대와 설교학의 과제

양동욱
2018년 08월 03일(금) 10:00
라인홀드 니버는 "책임감이라는 것을 빼면 인생은 아무 의미도 없다"라고 말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요구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에게 필요한 책임감은 무엇인가? 그것은 좋은 설교로 성도들에게 영의 양식을 먹이는 것이다. 이런 책임감은 때로는 무거운 부담감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설교자들은 좀 더 쉽게 설교를 준비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이 져야할 무거운 짐을 대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기계를 발명했다. 수레를 발명하므로써 짐을 져야 하는 고역에서 해방된 것과 같다. 이렇게 발명은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요즘 한창 우리 귀에 익숙한 단어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다. 이 단어는 1956년에 존 메카시가 처음 사용했다. 인공지능은 '생각(thinking)하는 기계'를 뜻한다. 그는 당시 컴퓨터의 발전 과정을 보면서 언젠가는 생각하는 기계로 발전할 것을 예측했다. 그가 이런 구상을 하게 된 것은 당시 컴퓨터의 작동 원리가 인간 뇌의 작동원리를 모방하도록 설계되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초보적인 정보 수집과 산술 과정에 머물고 있었지만 언젠가는 인간의 생각하는 기능까지 모방할 것이라고 보았다.

지금의 인공지능 출현은 존 메카시가 당초에 예측했던 그 원리를 구체화시킨 결과이다. 우선은 전 세계의 다양한 정보를 인터넷을 활용해 수집한다. 이를 빅 데이터(big date)라고 한다. 이들 정보를 다시 인간 두뇌 신경망을 모방한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여 컴퓨터 스스로 생각해 최적의 정보로 가공토록 한다. 이런 과정을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빅 데이터와 딥 러닝이라는 두 기능을 결합하여 만든 '생각하는 기계'를 말한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이 고도화되면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소설 창작이나 음악 작곡과 같은 지식 활동도 일정부분 대체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설교 강단에는 어떤 변화가 올까? 우선 설교자는 지금까지 한 편의 설교를 작성하면서 경험해야 했던 고단한 노력의 상당부분이 면제될 것이다. 설교 본문에 대한 온갖 다양한 정보를 빅 데이터를 통해 수집할 것이다. 여기에 딥 러닝 기능을 활용해 설교자가 요구하는 최적의 설교문을 제공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설교자는 개교회 실정에 맞게 내용을 조금 더 가공하거나 변화를 주어 자신의 설교문으로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하면 인공지능 설교자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한스 모라벡은 1999년에 출간한 '로봇(Robot)'이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하는 2050년이 되면 인간의 생각 능력과 엇비슷한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으로 보았다. 이때가 되면 많은 교인들이 교회에 출석하는 대신에 거실에 앉아 인공 지능 설교자가 들려주는 설교로 만족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벌써부터 인공지능의 도래는 교회 공동체와 목회자에게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설교가 무엇인가를 살펴본다면 이런 걱정은 기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에게 자신이 행한 설교를 '사람의 말로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살전 2:13)으로 받은 것을 감사하고 있다. 인간의 입으로 말하지만, 그러나 하나님이 주도적으로 드러내시는 계시(revelation)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칼빈은 설교자의 입을 '하나님의 입술'로 표현한다. 또한 말씀은 죄인인 인간을 향한 구원으로의 초청이다. 스스로 죄인이라는 자각을 가진 사람에게만 선포되는 복음(gospel)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죄인이라는 자각은 설교자 자신도 포함된다. 죄인인 설교자가 계시의 말씀을 통해 먼저 은혜를 받아야 성도들에게 생명의 말씀으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교가 하나님 말씀이 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 성령님의 개입과 도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인공 지능 로봇은 이런 죄인으로서의 자각도, 또한 성령의 임재와 도우심을 경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스스로 설교를 할지라도 그것은 계시의 말씀이 아니라 컴퓨터에 내장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공지능 설교자가 인간 설교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은 극단적인 예측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한편으로 인공지능이 고도화되는 시대에는 설교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것은 '죄인 중에 괴수'라는 영적 자각과 소명에 대한 감격 그리고 성령의 도우심 속에서, 설교자는 성도와 하나님을 잇는 '영적 다리'(spiritual bridge)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시대에는 과거보다도 더욱 설교자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영적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체험을 요구할 것이다.

설교학계에서는 기존의 설교 신학과 설교 방법론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하는 그런 노력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게 설교의 본질을 재정립하고 또한 인공지능과 설교학을 결합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다양한 자료를 빅 데이터화하고 최적의 설교 자료와 설교문으로 딥 러닝하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현장 설교자들이 최적의 설교문과 다양한 설교 자료를 쉽고 간편하게 접근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이제 현장 설교자는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와 자세를 미리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칼도 활용할 수 있는 요리사의 손에 쥐어져야 소용이 된다. 인공지능시대의 도래는 부지런하고 성실히 말씀을 준비하며 영적으로 깨어 기도하는 설교자에게는 보다 많은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다.

양동욱 / 세계로열린교회·장신대 초빙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