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교회가 먼저 듣고 반성"

"혐오의 시대, 교회가 먼저 듣고 반성"

남성혐오 넘어 기독교혐오 표출한 '워마드'에 대한 생각
무지와 두려움, 혐오의 주요한 이유
젊은층 취업 불안감…젠더 갈등에서도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8년 07월 24일(화) 10:06
우리는 지금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와 '워마드'로 상징되는 남성과 여성간 '젠더(Gender) 혐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 극단적인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에는 한 대학교 누드크로키 수업 중에 찍힌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게재되고, 낙태 인증 샷이라며 훼손된 태아 사진 등을 게재하며 노골적인 남성혐오를 드러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성찬식 때 사용하는 성체 또는 전병을 훼손하고 불태우고, 성당을 불지르겠다면서 휘발유통에 주유를 하는 사진 등이 게재되어 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끈임없이 여성을 비하해왔던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는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슬람 테러단체의 홈페이지에 워마드, 메갈리아 등의 사이트를 지칭하며, 이들이 코란을 불태웠고, 이슬람 사원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며, 사진을 첨부해 보냈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심지어 서울 혜화역에 이들의 정기적인 모임이 있으니 직접 확인할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달라는 글을 올려 테러를 조장하기까지 했다. 혐오에 대해 혐오로 맞서는 형국인 셈이다.


# 도를 지나친 파괴적 공격, 역효과 부를뿐

일부 여성계에서는 최근 워마드에서 일부 회원들의 극단적인 포스팅에 대해 여성이 못했던 이야기를 터놓고 할 기회를 제공한 측면에서 일종의 '미러링(여성을 폄하하는 말에서 남녀주체를 바꿔서 역으로 따라하는 행위)'이라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의 일반적인 의식은 상식적인 수용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또한,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건강한 페미니즘운동 또한 이러한 극단적인 그룹에 의해 일반 시민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실정이다.

기독교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는 "개인이 주체로서 잘 살아내는 것과 공동체 안에서 다른 피조물을 살려내는 것 모두 하나님의 명령으로 크리스찬의 두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며 "현대의 젊은 여성들이 처해있는 복합적인 위치가 페미니스트운동을 극단적으로 나가게 했고, 워마드가 페미니스트의 일부이지 전체로 보지말라고 변론하는 이들이 많지만 워마드가 가지고 있는 파괴적인 공격 성향과 남성들은 배제하고 가겠다는 입장은 기독교 페미니스트운동의 우산 안에 들어올 수는 없다"고 가말했다.

기독교 내 건전한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에 대해서는 "그들을 비판하느라 힘을 쓰기보다는 긍정적이고 대안적인 페미니스트 운동과 사건을 벌리고 전개하는데 힘을 더 써야 한다"며 "페미니즘의 기치를 달고 사회적 약자를 지지하고, 정죄보다는 회복적 시각에서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 종교혐오로 번진 사건, 교회의 대응은?

워마드는 본래 남성혐오 사이트인데 최근에는 남성중심적인 종교문화에 대해서까지 조롱과 비난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가톨릭과 개신교를 향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어 교계에서도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톨릭의 성체를 훼손하고, 예수상을 이용해 음란행위를 했다는 등의 기독교를 조롱하는 형태의 게시물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18일에는 한 게시자가 경북에 있는 예수상을 불태워버리겠다고 글을 올렸으나 교회 사정으로 예수상은 이미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에 대한 조롱과 비난, 위협이 심해지면서 교계에서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가장 심한 공격의 대상이 된 가톨릭에서는 입장문을 내고 워마드의 신성모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지난 1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입장문을 내고 "워마드 성체 훼손 사건은 종교적 가치를 소중히 다뤄온 모든 종교인들에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나고 심각한 충격을 줬다"며 "이번 사건은 천주교 신앙의 핵심 교리에 맞서는 것으로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모독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자신의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사회악이라면 마땅히 비판받고 법적인 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이번 사건을 바티칸 교황청에 알릴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성석환 교수는 "핵심은 종교에 대한 공격이 아닌 남성에 대한 공격임으로 교리적 대응은 별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키고, 다른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는 공격적인 대응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상대방이 듣게 만들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 자극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갈등의 바탕이 된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귀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국여교역자연합회 사무총장 김혜숙 목사는 "이번 워마드 사건은 분명 교인들을 분노케 하는 사건임에는 분명하지만 이번 계기로 한국교회는 오히려 이런 극단적인 혐오가 일부 여성들에게서 표출되도록 남녀평등을 실천하지 못한 과오를 반성하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며 "향후 교회는 다음세대와 기성세대에게 젠더 감수성에 대한 교육을 전개시키고, 여성들에게도 동등한 사역의 기회와 권한을 부여하는 등 남녀 평등의 문화를 더욱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현모 기자


사람들은 왜 증오집단에 빠지는가?

무지와 두려움, 혐오의 주요한 이유
최근 젊은층 취업 불안감, 젠더 갈등으로

전 세계의 혐오 그룹을 분석한 미국의 비영리 인권지원 기관인 남부빈곤법률센터(Southern Poverty Law Center(SPLC))는 수 년 전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증오 집단에 빠지게 되는 요인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SPLC에 따르면 첫째, 증오그룹에 빠지는 사람들은 특정 그룹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예를 들면, 이슬람을 혐오하는 이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이전에 이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못하거나 무슬림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두려움' 또한 혐오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심리학적으로도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혐오를 만드는 주요한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실패로 인한 분노감 등이 다른 이들을 비난하고 혐오하게 하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성끼리 경쟁했던 노동시장에 대한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남성보다 우월한 실력을 나타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남성들의 취업 실패 원인 혹은 취업에 따른 불안감 등을 사회적 약자이자 경쟁상대인 여성들에게 전가하고 있고, 여성들은 이러한 폭력적 상황에 분노해 남성들을 대상으로 미러링(mirroring)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젠더 갈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에는 워마드 같이 미러링을 넘어 남성혐오 자체에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극단적인 그룹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남성들의 극단 사이트인 일베나 여성의 극단 사이트인 워마드는 가입을 통해 활동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특성상 익명성을 통해 좀 더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어 '혐오의 감정'을 성장시키고, 급기야는 이러한 혐오가 오프라인에서까지 드러나게 되어 점차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혐오 표현의 온상이 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나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3일부터 최근 논란이 된 워마드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차별, 비하, 모욕 등 반인륜적 표현 등이 불법 유해정보로 판단될 경우 게시물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혐오의 문화는 규제만으로는 궁극적인 해결이 되지 않으며, 구조적으로 경쟁의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문화적으로는 남녀 성평등주의가 확산되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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