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작은 예수

내가 만난 작은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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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장로
2018년 07월 25일(수) 07:51
미국 유학 중 미국 이민교회를 찾아가 찬양집회로 섬기던 때 동부에 위치한 메릴랜드 지역의 한 자그마한 교회를 방문했다

초등학교 강당을 빌려 30~40여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던 교회였다. 더운 날씨에 리허설을 마치고 잠시 짬을 내어 쉬는 도중 목사님과 복도에 걸터앉아 짧은 얘기를 나눴다.

"성가사님, 저는요, 한국에서 유명하다는 가수들, 박종호를 비롯한 몇몇의 이름이 알려진, 소위 잘나간다는 사역자를 우리 교인들에게 꼭 초청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목사님의 그 말에 나는 '나를 연예인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참 많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 목사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교인들은 성가사님의 찬양 집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그 목사님께 얘기했다.

"그동안 볼티모어 등 이 지역에서 초청집회를 수 차례 왔었는데 마음만 먹으면 참석할 수 있지 않았습니까?"

목사님은 내가 몰랐던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 교인 중에는 군인 가족으로 이민을 와서 언어와 문화, 그리고 피부색으로 인해 차별을 당해온 분들이 많아요. 어느새 세월이 지나 남편과 자녀들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하고 의지할 곳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자식들로부터도 엄마는 영어도 못하는 바보라는 등의 험한 소리를 들으며 배척당한 분들이시거든요. 더군다나 이혼 등 이런저런 가정의 아픔에 술과 마약에 의지할 수밖에 없던 분들이었기에 때로는 옆의 교회마저도 떳떳이 갈 수 없는 분들이 많으세요."

버려지고 소외된 이들을 찾아내어 목사님은 한사람 한사람씩 손 붙잡고 교회로 인도하셨다고 한다. 그분들을 복음 앞으로 인도해서 새 생활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온 것이다.

이 말씀은 나에게 작은 떨림으로 다가왔고 이내 나를 크게 흔들기 시작했다. 사람의 영혼을 긍휼히 여기는 그 목사님의 진실한 사랑에 크게 감동되었다.

예배인도를 다 마치고, 운동장 한켠의 대형 쓰레기장 옆에서 온 교인들이 준비해온 김치찌게 등으로 식사를 하는데 한 아주머님이 내게 물었다.

"성가사님 알고 계세요? 우리 목사님 사실 폐암 말기예요. 뇌사자의 폐를 이식받으려고 존스홉킨스대학병원에서 대기자 1순위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예요."

꾹 참고 먹던 김치찌게가 꽉 막혀버렸다. 죽음 앞에서도 한 영혼 한 영혼을 사랑하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생명을 다해 전도해가며 영혼을 살리려는 그 젊은 목사님의 모습에 목이 메어 도저히 식사가 넘어가지 않았다.

김치찌게도 넘기기 힘들었던 내게 목사님의 부인은 한국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신다고 하시면서 찬양집회로 큰 은혜를 전달한 내게 일하시는 식당에서 갈비 대접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난 바로 도망쳐 나오듯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갈비를 먹으러 갈 수 없었다. 목이 메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나는 살아있는 작은 예수를 만나게 하신 그 은혜를 잊을수가 없다. 목사님의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목사님이 새삼 더욱 보고싶어지는 날이다.



박종호 장로

CCM 사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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