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아닌 해결

문제가 아닌 해결

[ 교육칼럼 ] 마음근력키우기<12-완>

하혜숙 교수
2018년 07월 24일(화) 10:11
상담실에 오면 내담자들은 의례히 자신들의 문제를 내어 놓는다.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내담자들은 자신들의 강점이나 좋은 부분을 자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내담자들은 상담실에 오면 당연히 문제되는 것만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압박이라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마치 꼭 그래야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만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우리는 왠지 문제에 이끌리고 더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우리에게는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문제를 정확히 아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대부분의 심리치료 이론들도 문제의 근원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를 한다. 그런데 상담이론 중에 해결중심 상담(SFT: Solution Focused Therapy)이 있다. 해결중심 상담이론은 '예외 상황'에 주목한다. 여기서 말하는 예외 상항이란, 비록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나 시간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와중에서도 조금이나마 우울 증상이 완화된 경험을 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해결중심 상담은 병리적인 것 대신 건강한 것에 초점을 둔다. 잘못된 것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성공한 것과 성공하게 된 구체적인 방법을 발견하는데 관심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의 목표를 문제 행동의 소거에 두기 보다는 긍정적인 행동의 시작에 둔다. 부정적인 무엇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긍정적인 그 무엇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부정적인 어떤 것을 하지 않으려고 자의적으로 애쓰고 노력해도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지만, 오히려 해결을 생각할 때, 즉 눈을 들어 주를 바라볼 때 문제로부터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 떠드는 아이들에게 교사들은 조용히 하라고 야단을 치는 방법을 일반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그러한 방법으로 떠드는 아이를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야단을 맞을 때 일시적으로 조용해지는 것 같지만 이내 다시 문제행동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 말라"고 규제하고 강요하기 보다는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교사는 아이의 떠드는 행동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아이가 조용히 할 때를 놓치지 않고 칭찬을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의 떠드는 행동은 일관되게 무시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일관되게 강화할 때 아이의 문제는 저절로 소거되게 된다. 이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이다. 다만 이 방법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학생을 면밀히 관찰해야 하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 주어야만 한다. 바람직한 모습은 쉽게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에게 관심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교사나 부모들이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은 그 방법이 최선의 방법이어서 라기 보다는 그것이 훨씬 쉽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문제 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직한 행동을 기다리고 그 행동이 나타나는 순간을 포착해서 적절하게 칭찬해주기란 매우 많은 인내와 관심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의 눈에 문제는 쉽게 보이지만 해결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이처럼 해결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즉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해결중심 상담의 원조는 바로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우리가 아직 어둠 속에 있을 때 우리를 향해 빛의 자녀라 부르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만난 후 늘 감사드릴 수밖에 없는 것은 하나님은 내가 엉망일 때 나를 먼저 사랑하시고 나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주셨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나를 사랑할 수 없고 나 스스로는 변화를 꿈도 꿀 수 없을 때 하나님이 사랑의 목소리로 나를 불러주시고 변화된 모습에 대한 소망을 주셨다. 마치 기드온이 포도주 틀에서 타작하고 있을 때 그렇게 비겁한 그를 향해 하나님이 큰 용사라고 부르신 것처럼 말이다. 산과 같이 커다랗게 보이는 문제에 영향 받기보다 문제 보다 크신 주님, 해결이 되신 주님을 믿고 찬양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재 대신 화관을, 슬픔대신 희락을, 근심대신 찬송의 옷을 입게 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가? 나 자신을 향해, 내 이웃을 향해 문제를 먼저 보는가, 해결을 바라보는가!

하혜숙 교수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과

※ 이번 호로 '마음 근력 키우기'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집필해주신 하혜숙 교수님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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