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의 변신,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하는 청소년교회

중고등부의 변신, 스스로 결정하고 참여하는 청소년교회

[ 다음세대 ] 한남제일교회, 학교시스템 아닌 공동체시스템으로 운영....대화 형식으로 분반공부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8년 03월 09일(금) 09:42

고운 말이 나오지도, 굳은 표정이 펴지지도 않는다. 언제 울뚝불뚝 할 지 모르는 활화산 같은 사춘기를 보내는 청소년들. 교회 안에서 제일 대하기 어렵고, 동참을 이끌어내기도 힘들다. 그런 청소년들이 웃으며 분반공부를 한다?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한남제일교회(오창우 목사 시무)는 2014년부터 중고등부를 학교가 아닌 공동체 시스템인 청소년교회로 운영한다.

30여 명이 모이는 작은 규모이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 계획하고 추진하는 역동적인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회가 위치한 한남동에는 학원이 하나도 없다. 유일한 학교인 한남초등학교는 3개 학급인데 2017년 입학생 수가 55명이었다. 교육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중학교를 가기 전 다른지역으로 전학을 가기 때문에 지역에 중고생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의 학년별 교회학교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고, 구상 끝에 교회는 2014년부터 공동체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나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의 균형적 성숙을 지향하는 것을 목표로 말씀을 나누고 삶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그것이 가장 잘 발현되는 시간이 분반공부 시간이다. '목장모임'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은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듣는 시간이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잡담회(대화)' 형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성경공부는 성경본문을 그저 적기만 해서 스스로 생각하거나 고민할 이유가 없고, 정해진 답을 적으니 참여의 필요를 느끼기 어려웠어요"라고 말하는 한 학생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말씀에 비춰 나의 생각을 말하는 분반공부 시간이 좋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주일에 나의 생각으로 말씀을 보니 일상에서도 스스로 하나님 생각을 조금 더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그전엔 아동부때의 분반공부와 다를 게 없었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빈칸에 답을 적으면 끝나니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게 됐었다. 지금은 나의 삶을 나눌 수 있어 좋다. 모임의 분위기도 가족 같은 느낌이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청소년교회의 분반공부는 대화형식이다.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교사들이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은 '인내심'이다. 담당 김민혁 전도사는 "교사들에게 답을 강요하지 말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라고 요청한다"고 말한다. 틀 안에 가두지 말고 방향성만 제시하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려달라고.

"서로 다른 학교를 다녀서 방과후교실이 제각각 달라요. 수련회 출발 날짜와 시간 같은 건 아이들끼리 의논해 정합니다. 또 자치적으로 활동하는 찬양팀이 스스로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자발적으로 토요일에 모입니다." 김민혁 전도사의 말이다.

시험기간에도 변함없는 출석률, 자발적으로 기도하겠다고 드는 손, PC방 대신 교회로 모이는 발걸음, 교회의 미래인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한남제일교회에서는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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