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 대토론회 "본질적 가치ㆍ내적 변화 힘써야"

기독교학교 대토론회 "본질적 가치ㆍ내적 변화 힘써야"

[ 다음세대 ]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 개최, 교회안과 밖 입장 다른 토론자들 소통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7년 12월 11일(월) 18:51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성ㆍ공공성 필요, 최소한의 권리 보장돼야
OECD국가 대부분 공립학교와 재정지원 같게, 간섭은 NO
 

제한된 현재의 제도와 법 테두리 안에서 기독교사립학교의 건학이념은 구현될 수 있는가. 과연 한국에서 기독교사립학교의 존속은 가능한가. 현재 정부의 교육정책에 거는 기대는 무엇이고, 도전에는 어떻게 응전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가 지난 7일 마련됐다.

한국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 2017 세미나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다양한 분야의 교육관련 토론자들이 모여 '현재 대한민국에서 기독교사립학교가 존속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각자의 분야에서 바라보는 기독교사립학교의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운영위원장인 박상진 교수(장신대)가 사회를 맡은 기독교학교대토론회는 제철웅 교수(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송인수 대표(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진우 대표(좋은교사운동), 김철경 교장(대광고ㆍ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회장), 정기원 교장(밀알두레학교ㆍ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이사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는 자리가 됐다.

그동안 기독교계는 제대로된 기독교교육이 불가능한 이유를 사립학교가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서였다는 입장이었다. 부모의 학교 선택권과 교육과정 편성권 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기에 침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반면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교회밖에서의 활동이 활발한 두 단체 대표들은 기독교학교의 현실을 진단하면서 소프트웨어의 변화를 지적했다. 송인수 대표는 "기독교학교의 존속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기독교학교가 복음의 본질의 가치를 얼마큼 지키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한다"면서, "세상의 고통, 약자의 슬픔에 응답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기독교학교로서 복음의 본질을 붙들고 다음세대를 성장시켰는지를 보면 존속의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진우 대표는 기독교적 가치의 전달은 기독교학교의 구성원들, 특히 교사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좋은교사운동은 공교육 안에서의 기독교교육을 목적으로 한 교사들이 모인 단체"라고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기독교적 가치관에 기초한 교육을 받게 하는 것, 그래서 기독교인 교사로부터 감화를 받게 하는 것이 기독교학교가 가져야 하는 비전이 아닌가"하고 되물었다.

김철경 교장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를 양성하려는 기독사학의 교육방향을 지켜가기엔 자사고(자율형사립고)임에도 불구하고 자율성이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적 교육을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법 테두리 안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결정적 순간에 신앙 대신 입시를 선택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김 교장은 "주어진 시간에 성실히 교육하는 것이 입시교육이 될 순 없다"면서, "학부모가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기독교중고등학교가 입시교육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강화가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의 주체는 부모와 교사이며 국가와 학부모, 학교가 계약의 틀에서 서로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제철웅 교수는 "국가가 교육을 독점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학의 자율성,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공립학교가 모범적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을 제외한 유럽대부분 국가 및 OECD 국가들은 사립학교도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그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균등한 교육을 위해서는 국가가 사립학교도 지원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우 대표도 사립학교도 똑같이 지원하자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공립학교가 '주인없는 학교'라는 것을 문제점으로 볼때, 사립학교가 가진 장점이 있다고 본다"며, "진로교육을 잘해서 원하는대로 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자율성과 공공성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사립학교가 가져야 하는 자율성의 한도에 대해 어느 정도 실사구시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 1인을 제외하곤 모두 독실한 크리스찬들이었다. 기독사학에서의 기독교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각기 달랐지만 기독교학교가 이 사회속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국민들 마음속에 '모름지기 학교란 저래야지'하는 북극성 같은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역할을 기독교학교가 해주길 바란다"라는 한 토론자의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는 물론 제도와 법 같은 하드웨어도 변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는 하나의 결론에 이르진 못했다. 하지만 교회안과 밖의 교육전문가들이 서로간 입장을 청취하고 기독교학교에 대한 기독교계의 합의된 인식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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