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참된 인간으로 안내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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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 ] '한국 기독교문학 꼭 읽어야 할 작품들' 펴낸 김수중 교수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7년 08월 01일(화) 16:59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의 목사이면서 광주의 조선대학교 부총장을 거쳐 국문학과 교수로 오는 8월 교수 정년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수중 교수가 현대 한국 기독교문학에 대한 평설을 담은 '한국 기독교문학 꼭 읽어야 할 작품들'을 펴냈다.

이 책은 동안교회 담임 김형준 목사의 요청으로 월간 묵상지 '동안' 큐티진에 문화기획 연재를 한 글로, 이를 수정 보완해 한국 기독교문학에서 문제작이라 판단되는 대상들을 가려내어 신앙과 문학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평설 36편을 모았다. 

김 교수는 "문학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2000년대에도 한국의 기독교문학은 상당한 높은 수준까지 이르는 진보를 보였다"며 "새로 창작되는 문학 작품에서 기독교 정신이나 소재는 정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책에 선정된 작가들은 소설가 이청준 권정생 조성기 이윤기 문순태 김원일 윤흥길 이미란 이승우 김성일 현길언 공지영 주원규 강상중 한강 정용준 정우택 이성덕 유현종, 수필 부분에 김교신 김현승 이현주 박완서 이해인 정호승 오정희 고진하 김영현 이철환, 평론과 논설문 분야에 한완상 이어령 송우혜 이혜성 신영복 한병철 조현 등. 그는 작가와 직접 대화를 했거나 신뢰할 만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들의 신앙 이력에 대해서도 기술해 놓아 작가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창작에 임했는지의 여부를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선별한 작가와 작품을 두고 기독교문학의 정체성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특정 작가나 작품이 독자의 시각이나 신앙의 보수성 등에 따라 해석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기독교문학에 대해 김 교수는 "기독교 교리를 옹호하고, 신앙을 고양시키는 일명, 선교문학 중심에서 최근에는 구원의 감격에서부터 현실적 교회 비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며 "최근에는 기독교문학들도 기독교의 부작용과 부유해진 교회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데 대한 갈등, 사회 헌신에 대한 헌신이 부족한 모습에 대한 비판,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신랄하게 분석하고 어떻게 기독교적인 이상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모색 등을 시도하는 작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그는 "전통적 기독교관만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런 작품들이 오히려 갈등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그러나 교인들은 이 책들을 읽으며 교회에 대한 사회의 비판을 수용하고, 기독교가 새롭게 변화해야할 시점에 있구나 하는 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선정한 작가와 작품들은 2000년대 이후의 작품을 주로 택했지만 이청준 '당신들의 천국', 권정생 '몽실 언니' 같은 예전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김 교수가 이번 책에서 선정한 작품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최근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으며 국내외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다. 김 교수는 "한강 작가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작품에 기독교적 정신이 스며있다"며 "변명을 하자면 목사인 숙부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해보고, 깊은 영혼의 세계를 추구하는 이 시대 최고의 소설가 중 한명의 그녀의 작품을 기독교 문학에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게 기자가 읽을 올여름 읽을 딱 하나의 기독교 소설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자 이승우 작가의 소설 '지상의 노래'를 추천했다. 이승우 작가는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그의 작품 '지상의 노래'는 얼마전 동인문학상 받았다. 그는 신학을 했지만 안수를 받지 않고 집사의 직분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를 기독교적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대표적 작가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더욱 인정받는 작가다. 김 교수는 "이승우 작가의 작품은 이 시대 기독교 문학의 정수"라고 평한다.

이 시대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어린 시절 '사람의 도리를 하기 위해서는 문사철 600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이는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문학책 300권, 역사책 200권, 철학책 100권은 읽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 시대는 기계문명이 최고로 발달된 시기이지만 인간의 인간다움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인간화의 길을 인도하는 중요한 요소 중 제일은 문학이며, 문학이 없으면 인간은 공허한 기계의 노예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hmpyo@pckworld.com

# 김수중 교수는?

현재 동안교회(김형준 목사 시무)의 협동목사로 있는 김 교수는 1978년 조선대 국문학 교수로 부임했지만 3년 후 1980년 광주 5.18을 맞아 지성인으로서 침묵할 수 없어 민주화운동에 동참했다가 보안대에 잡혀 강제해직이 됐던 전력이 있다. 전두환 정권이 시작되면서 민주화의 희망이 보이지 않자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은 평생 폭도라는 누명을 쓰고 살아야 한다는 절망감 속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신학의 길이었다. 장신대에서 신대원을 마치고 1987년 목사안수를 받은 그는 대학원에서 설교학 전공을 하며 목회자의 길을 걷던 차에 1988년 조선대학교로부터 복직요청을 받았다. 그는 정의는 이긴다는 것과 하나님이 역사의 주인이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할 의무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조선대에 복직해서는 교수평의회 의장과 부총장을 지냈으며, 한국고전과 설교학에 관한 논문 70여 편과 저서 30여 권을 냈다. 오는 8월 교수로서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동안교회에 협동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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