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않은 행보

석연치않은 행보

[ 기자수첩 ]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6년 09월 23일(금) 09:46

지난 12일 선포된 '특별사면 선언문' 중 이단 관련 특별사면에 대한 선포가 철회됐다. 지난 21일 채영남 총회장 목사외 임원 일동이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이단사면선포는 철회됐지만, 지난 9월 9일 열린 100회기 13차 임원회가 결의한 이단 관련자 및 이단옹호언론 사면 결의, 즉 이명범, 변승우, 김기동(김성현과 성락교회), 고 박윤식(이승현과 평강제일교회)에 대한 결의와 교회연합신문에 대한 사면결의는 아직 살아있는 셈이다.

100회기 총회 임원들의 이번 결정은 제101회 총회가 화평하고 거룩한 가운데 개최되고 진행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고 고심초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선포 9일만에 취소한 성명의 실제적인 내용면에서 논란의 핵심은 비껴간 것 같아 아쉽다.

한편 이단사면이 결의된 평강제일교회(故 박윤식)와 이승현 목사의 지난 며칠간의 행보는 "한국교회에 진심으로 사과하며 두고두고 사죄하는 자세를 잃지 않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각서의 준수 여부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평강제일교회 측은 사면이 선포된지 이틀만인 지난 14일 "박윤식 목사님에 대해 그 동안 오해받으셨던 내용들이 사실이 아니었음이 확인되었다"며, "이번 사면 결정이 고 박윤식 목사가 애초부터 정통적인 목회자였음을 밝혀준 것"이라고 일간지에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전면에 실린 이 광고는 자신들의 교리는 문제가 없다고 느껴지는 내용과, 그동안 본교단 총회가 '오해'했다고 말하며 한국교회 일원으로서의 새출발을 설레임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특별사면선언 후 교단 내외부의 거센 반발을 의식해 지난 9월 19일 특별사면에 대한 해명서가 나왔고, 21일엔 특별사면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특별사면에 대해 설명했다. 해명서와 특별사면위원장의 설명에는 "사면은 이단 해지가 아니다"라는 주장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죄를 용서하고 형벌을 면제'하는 사면이 결의된 이단 관련 4인은 지금 이단인가, 아닌가? 이단사면 결의는 살아있고, 선포가 취소된 지금 그들은 이단인가, 아닌가?

총회가 생각하는 사면에 대한 이해와 성락교회와 평강제일교회가 생각하는 사면에 대한 이해는 서로 다른듯하다. 성락교회 측은 각서에서 "이단 정죄에 대해 해제 및 사면을 단행해 주어 감사하다"고 했고, 평강제일교회 측은 "이단시비가 25년 만에 종지부를 찍고…", "특별사면 형식의 '이단해제'를 결정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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