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2)흔들리는 가정목회

목사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2)흔들리는 가정목회

[ 특집 ]

천영식 목사
2016년 05월 18일(수) 08:33

천영식 목사
하누림상담코칭센터

필자의 아내는 20년 전부터 고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2013년 초겨울 문턱에 일이 터지고 말았다. 뇌경색으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겨울에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한 달 동안 입원까지 했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드는 생각은 '아니 왜 이러는 거야. 나도 갈 길이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라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 한편으론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누가 아프고 싶어서 아프고, 교통사고가 나고 싶어서 났겠는가.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미안해. 잘 해 주지 못해서… 그리고 걱정하지 마오.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당신 보살펴 줄 테니까. 사역은 잠시 중단하고 휴양이라도 떠날까?"

목사에게도 가정에서는 가족을 돌봐야 하는 가장의 역할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목사와 가장의 역할을 동시에 잘 강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의 예를 보면 아내가 1~2년 사이에 두 차례나 병원 신세를 지면서 큰 경제적 부담을 느껴야 했다. 다행히 친척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지만,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종이 되야한다는 책임감과 가족들의 경제적 필요를 채워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는 건강한 가정에 대해 '가족들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그 구성원들이 온전히 성장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매슬로우도 생존의 욕구에서 안전 욕구로, 안전 욕구에서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로, 사랑과 소속감의 욕구에서 자존감의 욕구로, 자존감의 욕구에서 자아실현 욕구로 성장 발전해 나간다고 주장했다.

가족이 성장해 나가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한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다. 

역시 문제는 목회자가 교회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면서 동시에 가족들의 성장 발전도 성실히 도와줄 수 있는가이다.

필자는 15년 전쯤 낮에는 상담 센터에서 사역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어느 곳에서도 경제적인 필요가 채워지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루 종일 센터 사역을 감당하고,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이리저리 뛰며 일해야 했다. 그 당시 새벽녘에 집으로 들어올 때면 허탈함과 공허함이 몰려들기도 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목사가…'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가장의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 목회자 본연의 일에 자주 지장을 줘야 했지만, 그렇다고 자녀들 대학 등록금 한번 제때 준비해 주었던 기억이 없다.

교회에서의 영적인 역할과 가족을 위한 경제적인 책임 사이에서 목회자와 가족들은 합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하자면 목회자가 가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이며, 할 수 없는 영역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선을 가족들과 합의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목회자가 가정 내에서 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려고 하거나 가족들이 가장에게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사실 모든 갈등과 혼돈은 선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고 본다. 선이 분명하지 않다면 목회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힘들 수밖에 없다.

조금 당돌한 이야기 같지만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은 교회나 세상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가장이 가정을 세우는 일은 가정에서 어떤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필요지만, 그 이전에 더 중요한 것이 영적인 역할을 바로 하는 것이다. 목회자로 살면서 가족 개개인의 욕구를 100% 채워준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영적인 부분을 바로 세우고 난 후에 가족의 욕구를 채워주는 일을 해야한다고 본다. 영적인 부분이 바로 세워지지 않는다면 목회자는 하나님 앞에 책망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적인 가치를 따라 가장의 책임을 감당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목회자 가정이 흔들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영적인 가치와 세상적인 가치 사이에서 혼돈하며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목회자는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시고 요구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수 있어야 한다. 그 확신에 찬 모습이 가족들에게 비춰지고 느껴져야 한다. 어느 집단이든지 그 집단의 지도자가 든든히 서있고 흔들리지 않는다면 그 구성원들도 믿음을 가지고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그 지도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구성원들은 더 많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목회자가 할 수 있으면 가족의 욕구를 들어 주고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가족 모두가 하나님을 중심으로 세워져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목회자 자신이 가족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직접 돌보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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