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의 위기

신학교의 위기

[ 기자수첩 ]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16년 05월 09일(월) 19:02

신학교가 위기다. 한 현직 총장은 신학생 수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답이라고 발언할 정도다.

현재 매년 800여 명의 목사후보생을 배출하고 있으며, 임지를 찾지 못한채 '목회 실업자'로 전락한 신학교 졸업생들의 진로에 위험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12년 전, 교단의 미래와 신학생 수급을 염려하며 총회 직영 신학교의 권역별 통합 및 입학정원 감축, 하나의 신대원 등의 정책을 제안했지만 총회서 부결되고 말았다. 하지만 더이상 학교 운영 논리에 밀려 교단도 교회도 책임질 수 없는 목사후보생의 다량 배출은 어떤 방법으로든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교단 안팎의 중론이다.

이러한 위기 의식은 지난 2일 열린 제1회 장신대 총동문의밤에 참석한 동문들 사이에서도 대두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신학교의 미래를 걱정하며 발전적인 대안을 찾는 의견들을 주고받으며 인구절벽시대에 명백하게 다가온 미래의 준비가 시급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장신대 이사장 김지철 목사는 "교단 산하 신학교들의 권역별 조정 등의 문제는 단기간에 할 수 없으며 장기적인 의제가 돼야 한다"면서 "이는 교단 지도자들이 함께 공감을 이뤄야 할 일"이라며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건물 없는 교회로 장신대 한 강의실에서 교회를 시작해 2~3년 만에 60여 명의 교인으로 성장한 사례를 소개한 김명용 총장은 "목회 패러다임을 바꾸면 선교의 영역은 여전히 많이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목회 영역을 만들어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학생 수가 감소하면 재정이 줄고 그만큼 교회가 지원해야하는 부분도 커지게 되는 일은 자명하다. 재정 감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학교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다. 신학생 수급의 문제는 교단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공(公)'을 위해 '사(私)'를 내려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이 문제는 신학교의 구성원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단 전체가 책임감을 갖고 연대하며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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