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회 총회주제를 정하며 …

제100회 총회주제를 정하며 …

[ 특집 ] 9월 특집

노영상 총장
2015년 09월 01일(화) 14:34

1. 주제 선정의 동기
 
1912년 9월 평양의 장로회신학대학교 강당에서 제1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열렸다. 2015년은 본 교단 제100회 총회가 열리는 해이다. 특히 금년은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로서 우리 교회에게나 민족에게 큰 의의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처음 총회주제연구위원회 모임에서 제100회 총회 총회장의 직무를 맡을 채영남 부총회장이 총회주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부총회장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금번 총회주제를 '화해'로 정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먼저는 오늘날 우리 국가와 사회, 교회가 너무 큰 갈등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하면서, 화해를 통해 이러한 갈등을 줄이는 것이 교회와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부총회장은 두 번째의 이유로 본 교단이 추진하고 있는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운동 10년(2012-2022)'에 대해 언급했다. 총회가 이 10년의 기간 동안 치유, 화해, 생명의 세 가지 주제를 총회 정책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정하였으므로, 제100회 총회의 주제가 이 운동과 연결점을 갖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주제성구: 고후 5:18~21, 창 33: 1~4
 
성경에서 화해와 연관된 말들에 화목, 평화, 화평, 평강이라는 단어들이 있다. 각 단어들의 뜻은 조금씩 다르다. 화해란 '싸움하는 것을 멈추고 서로 가지고 있던 안 좋은 감정을 풀어내는 것'을 말한다. 화목이란 '서로 뜻이 맞고 정다운 상태'를 의미한다. 평화란 '일체의 갈등이 없는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화평이란 '화목하고 평온한 것'을 의미한다. 평강이란 '평안하여 걱정이나 탈이 없는 상태'를 언급한다.
 
화목이나 평화, 화평, 평강 같은 단어들은 싸움이 없는 평안한 상태를 의미하는 반면, 화해는 싸움을 멈추고 그러한 갈등의 상태를 풀어내는 과정을 나타낸다. 화해라는 말은 정태적인 어떤 상태를 의미하기보다는 어떤 것을 풀어내는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화목하고 평온한 상태보다는 갈등의 상태를 넘어서는 중재의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므로 화목 등의 단어보다는 화해라는 단어를 선택함이 더 좋을 것이라는 논의를 했다.
 
이어 총회주제연구위원회는 핵심 주제 성구를 고린도후서 5장 18~21절로 정했다. 이 본문에서 나타나는 '화목'이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영어 성경에 'reconciliation'으로 번역된다. 여기서 '화목하다'라는 동사는 헬라어로 '카탈라소'인데, 화목이라는 번역보다는 화해라는 번역이 더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
 
구약의 주제성구는 창세기 33장 1~4절로 하였다. 창세기의 이 본문은 가정 내의 갈등 문제를 다루는 전형적인 본문이다. 우리의 삶은 갈등의 관계를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주님 안에서 잘 해소하면 더 큰 축복이 우리에게 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경의 본문들은 그 갈등 해소의 주체를 인간으로 말하지 않으며 하나님으로 강조한다.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로서의 수직적 화해가 전제되지 않고는 수평적 갈등들이 해소되어 샬롬의 정의로운 평화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3. 화해가 필요한 중심 영역들

 
오늘 우리의 가정공동체, 교회공동체, 사회공동체, 민족공동체, 전 피조물공동체 등의 영역에 화해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많은 가정들이 가족 간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화목한 교회공동체가 되기보다는 서로 소송하고 반목하는 교회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날로 첨예화되어 폭발 직전에 있다. 우리 민족은 남북으로 나뉘어 동족상쟁의 전쟁을 치렀으며 지금도 총칼을 맞대고 대치하는 중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전 생태계가 신음하고 있는바, 이제는 자연이 더 견디지 못하고 인간을 향해 공격해 오는 상황이 되었다. 이 같은 우리 삶의 여러 갈등의 현장들 가운데 주님의 평화가 임하여야 할 것이며, 그것을 위해 우리 기독교인들은 화해의 전령과 사신들이 되어야겠다.
 
화해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만 우리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도 바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갈등과 반목의 반대말로 여러 단어들을 떠올리게 된다. 화목, 화평, 평화, 평강 등이다. 이런 우리말의 단어들은 영어로 보통 'peace'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히브리어로는 이 단어가 '샬롬'으로 표현되는바, 화해란 갈등과 반목의 상태가 샬롬의 상태로 바뀌는 것을 언급한다. 여기서 샬롬이란 '제반 관계와 영역에서의 온전함(wholeness)'을 의미한다. 어떤 관계에 있어서도 일그러짐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내 주변의 존재들과의 바른 관계로서의 정의가 평화의 전제가 됨을 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영적이며 구원론적인 차원에서 조망된 갈등 해결의 문제
 
주제연구위원들은 이러한 화해의 사역이 인간 사이의 수평적 관계만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갈등 해결은 수직적이며 영적인 차원을 갖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갈등이라도 그 속에는 영적인 차원의 의미가 게재되어 있다. 이에 우리의 갈등 해결은 총체적이며 영적이고 종말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갈등 저변의 가정공동체 문제, 사회와 민족 공동체 내의 갈등, 우주와 전피조물 내의 갈등, 교회공동체의 문제들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사회 및 국가와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 제반 관계의 온전함으로서의 하나님의 샬롬을 통하지 않고는 극복될 수 없다(사 9:6~7). 십자가상에서 악한 영의 세력을 물리치시고 승리하셔서 새로운 평화의 세상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신 그리스도의 화해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참다운 갈등 해결은 불가능한 것으로, 이에 우리는 주님이 주신 종말적 평강의 나라, 미래적 회복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요 19:30).
 
이상과 같이 제100회 총회는 그 주제를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라고 정했다. 우리 주제위원 모두는 이 주제가 교회와 사회 내에 실천적 화해의 역사를 불러일으킬 것을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교단이 그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나눠지고 찢겼던 역사들이 이번 총회를 통해서 봉합되고 치유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 본 교단 총회는 구체적인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금번 주제가 구호로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개인의 삶과 교회 및 사회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기를 우리 모두는 소망하는 것이다.

노영상 총장/호남신대ㆍ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0회 총회 주제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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