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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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 ] 선교사 자녀들, 정서적 어려움 많아 교단적 돌봄 필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5년 08월 25일(화) 14:35
   
▲ PCK MK 청년 여름수련회에서 서로의 어깨를 주무르고 있는 청년들.

"선교사 자녀들(MK)이 겪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심각하고, 문제해결도 그리 간단하지 않아요. 한국교회에서는 왠만한 MK들을 미래의 선교 자원으로 보고 있잖아요. 그러나 MK들 중에는 교회도 잘 안다니고 오히려 반감과 상처가 많은 경우가 다반사죠. 부모의 소명을 따라 타국에 갔지만 적응을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적응을 못해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닙니다. 행사에 와서 만나는 밝은 MK들 몇 명만 보고 판단하면 전체 MK들의 상황을 보지 못하는 거예요."
 
지난 19일 서울 종로 여전도회관에서 열린 PCK MK(Mission Kidsㆍ선교사 자녀) 청년 여름수련회에서 만난 'PCK MK회' 회장 전밀 전도사(수원성교회ㆍ장신대 신대원 3학년)는 이날 모인 MK들의 어려움과 아픔에 대해 한국교회가 알고 보듬어 줄 것을 요청했다.
 
총회 세계선교부(부장:신정호) MK사역위원회(위원장:안광수)는 지난 18~20일 여전도회관에서 MK 여름수련회를 개최했다. 이번에 참석한 31명의 MK들은 예배와 성경공부, 세미나, 레크리에이션 등을 통해 신앙성숙과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여름수련회에 참석한 MK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강의하고 서로의 아픔과 어려움을 나누며 보듬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수련회에서 만난 MK들은 자신들의 특징을 '목회자 자녀', '외국인으로서의 소수인', '디아스포라', '청년', '피해자', '나그네' 등의 단어로 규정하며, 자신들이 겪은 다양한 아픔들에 대해 나눴다.
 
전밀 전도사는 "MK들은 한국인이지만 타국에서 타국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으며, 그러면서도 이방인으로서 받는 소외감과 고립감, 선교사 혹은 목회자의 자녀로서 외부 사람들로부터 겪는 기대감, 부모와의 갈등, 재정 및 학업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 누구보다도 깊은 애정으로 치유 받아야 하는 '상처 입은 어린 양'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MK들 중에는 선교사인 부모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수련회에 참석한 한 MK는 "MK들 중에는 부모님과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는 부모들이 바깥에서 사역에 지쳐 집에 오면 말이 없거나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지나친 유교적 잣대로 엄격한 아버지 때문에 엇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다. 그는 "실제로 고등학교까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신앙생활도 잘 하던 아이들이 대학교에 진학을 하든지, 청년이 되어서 내재되었던 상처가 터져버려 방황하는 경우를 수없이 많이 봐왔다"며 "이러한 친구들은 바깥으로 나오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 숨어버려 인간관계도 단절시켜 더욱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선교사의 자녀인 박민애 전도사(장신대 신대원)는 "대학을 진학하면서 너무나 오고 싶은 한국에 왔는데 적응이 잘 되지 않아 힘들었다"며 "일단 한국에 집이 없기 때문에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고 교회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아 어려웠었다"고 말했다.
 
필리핀 선교사의 자녀인 황나실 씨(29세)도 한국사회와 교회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20여 년간 해외에 살면서 마인드가 형성이 됐는데 한국에 와서 그 특수한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살아왔던 가치관이 다르다는 점은 교회에서도 적응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해 여기저기 내 신앙과 맞는 곳을 찾아 옮겨 다녀야 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어렵게 들어간 의대에서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자퇴를 하고 뒤늦게 영어통번역으로 전공을 바꿔 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교단은 세계선교부 내 MK사역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어 이러한 조직이 없는 타교단에 비해 그나마 MK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보듬고 돌보는 교단에 속한다. 본교단 소속의 MK들은 매달 자체적으로 만남을 갖고, 여기서 만난 인연을 통해 자신들의 어려움을 상담하기도 하고, 함께 기도하기도 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 선교사의 자녀인 우하은 씨(22세, 한양대 경영학부)는 "MK들은 한국에 집도 없고, 가족도 없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지칠 때가 많다"며 "한달에 한번 만나는 MK 모임이 삶의 활력을 준다"고 말한다.
 
전밀 전도사는 "MK 출신 선배들은 MK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라도 동생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될 수 있으면 많은 만남과 교제를 이어가려고 한다"며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밖으로 나오지 않아 더욱 고립되기 때문에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MK 사역위원회 담당 강지연 선교사는 "MK들의 어려움을 한국교회에 토로해도 교회들은 너무 영적인 문제로만 바라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려 한다"며 "MK들이 겪는 어려움은 현실적이며, 그 양상이 복잡하고, 상처의 정도도 깊기 때문에 교회에서도 이들을 바라볼 때 보다 사려깊은 마음으로 돌보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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