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표절방지, 신학교에서부터 훈련돼야 한다

교회 표절방지, 신학교에서부터 훈련돼야 한다

[ 특집 ] 8월 특집

한경균 선교사
2015년 08월 19일(수) 17:35

표절은 학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글 속에 담긴 세련된 생각을 통해 주변에 영감을 주고 싶은 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보편적 동기라고 본다. 문제는 그 세련된 생각이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하는 점이다. 평소에 독서, 관찰, 참여를 통해 얻은 독창적인 내용은 그 글을 읽은 독자의 정서를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독창적인 결과물을 가져다가 자신의 것처럼 전달했다면 독자들에게 배신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한국의 교회와 신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표절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강단에서 선포되는 설교가 설교자의 인성, 영성, 연구에 의한 창의적인 것처럼 포장된다면, 그 설교자의 진정성 전반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적 훈련을 거치고 목사안수를 받은 사람들이다. 설교자의 표절 문제는 신학교의 표절 상황과 방지 노력과 직접 관계가 있다. 한국교회 설교자들이 설교 횟수가 과다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설교를 준비하기 어려운 것은 목회 상황적인 문제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표절 문제를 비교적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교육 풍토와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2002년 1년간 인도에서 에큐메니칼 신학과 사역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인도 뱅갈로에는 1910년에 개교한 인도 연합신학교(UTC)가 있는데, 당시 이 학교 도서관에서 신학석사와 박사논문을 읽어 보며 적지 않은 도전을 받았다. 논문의 분량도 놀라웠지만 인용문헌의 내용과 숫자를 보면서 학문적 훈련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학술적 훈련이 철저한 이런 신학교에서 생성된 인도신학이 아시아신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이 박사학위 공부를 마치고 국제적인 선교지도자로서 활동하는 것을 보며, 신학교육에서의 학술적 글쓰기 훈련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리핀에서 선교동역자로 일하던 시절, 섬기는 노회 사무실이 필리핀 연합신학교(UTS) 캠퍼스 안에 있었기 때문에 신학교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과정이었기에 대학원 수준의 영어로 짧은 글이라도 쓰는 것은 늘 부담이 됐다. 그런데 영어로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점은 학문적인 글을 쓰는 훈련이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신대원과 대학원에서 두 번이나 나름 공을 들여 학위논문을 제출했기에 학문적인 글쓰기 훈련이 어는 정도 돼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읽기와 편집하기는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논리적이고 학술적인 글쓰기의 숙련도는 현지 학생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뉴질랜드장로교회의 경우 교회들이 사회보다 앞서 투명한 정보 공유에 앞장서고 있는데, 홈페이지에 총회 회의록과 임원회 회의록까지 모두 공개할 정도다. 뉴질랜드 교회들이 예배에서 사용하는 영상 자료들(PPT)에도 악보의 경우 곡의 출처와 사용허락(Music is reproduced for these services with permission)을 받았다는 표시가 반드시 언급된다.
 
2014년부터 장신대와 학술교류를 재개한 뉴질랜드 레이드로신학교가 학생들에게 배포한 과제물 제출 가이드라인을 보면 신학교에서부터 표절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첫번째가 과제물 제출 날짜를 준수하라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표절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재학생들에게 표절 방지 각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한다. 과제물 양식과 문헌 인용방식은 그 다음 항목에서 다루고 있다. 신학교뿐 아니라 뉴질랜드에 있는 모든 대학이 학생들의 과제물과 교수들의 연구논문의 독창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사실 이것은 뉴질랜드 안에서 이뤄지는 일이라기보다 영어로 학술연구를 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는 학술연구의 원칙이기도 하다.
 
뉴질랜드 대학교육평가원(NZQA)에서 제시한 표절 방지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보면 '표절 예방', '감시', '조사', '향후조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특히 표절은 부정직한 행위이기에 학생들에게 상기 시킬 것과 표절 내용을 감시 혹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 통신대학(Open University)에서는 학생들에게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표절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바람직한 행동 요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첫째, 과제물 제출 기일이 임박해, 인테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경우엔 제출 기간 연장을 요청하라. 둘째, 인용한 문헌의 출처를 기억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글을 읽을 때부터 출처를 상세히 기록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라. 셋째, 인용 출처를 밝혀야 할 지 아닐지 구분하기 어려울 경우엔 책, 신문, 매스미디어, 학술회의에서 얻은 정보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함을 기억하라. 또한 도표, 그래프, 사진, 영상자료도 출처를 밝혀야 한다.
 
한국의 목회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일들 중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목회자와 교회의 기본기에 관련된 중요한 부분이 표절 등의 사안이다. 교회의 위기는 교회 지도자들의 진정성과 관계가 있다. 모든 관계는 서로의 진정성을 기본으로 시작된다. 사회가 표절에 대해 항상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며, 모든 컨텐츠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보다 비중있게 이 부분을 주의하고 있음을 교회도 주지해야 한다. 상세하게 인용출처를 기록해 정직한 글을 만들고, 설교를 준비하고, 학술논문 쓰는 것을 우리는 이제 보다 강도 높게 훈련해야 한다. 배출된 선교사나 목회자의 수에 무게를 두던 시대는 지나갔다. 신학교들은 이제는 모든 면에서 국제적 기준, 사회적 기준에 부족하지 않도록 살피고 보완해야 할 사명이 크다고 하겠다.

한경균 선교사
뉴질랜드장로교회
아시안사역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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