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그으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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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9월 30일(화) 14:53

 
올해 한 영화배우가 방송에 나와 외친 '의리'가 세간에 화제가 되면서 유행어로 자리잡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신토불이'를 '신토부으리', '배터리'를 '배터으리', '마무리'를 '마무으리', "독도는 우리 땅"이란 말을 "독도는 으리 땅"이라고 부르는 현상들입니다. 잠시 방송에서 유행하는 현상으로 지나갈 줄 알았던 의리 열풍은 예능에서 패러디되고 광고계까지 번지면서 대한민국 남녀노소 모두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도리". 국어사전에 나오는 '의리'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이러한 '의리' 신드롬에 대해 문화 비평가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의리를 저버리는 배신 행위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음에 대한 방증"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선, 심지어 교회 내에서도 마땅히 지켜져야 할 의리가 언제부터인가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조리함에 대해 정의와 의리를 말하면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깁니다.
 
최근 한 연합기관의 책임자가 임기만료를 앞두고 당초 취임 당시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며 도리어 적반하장 식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부조리함을 제기한 본교단은 어리석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세상은 아무리 시대와 가치관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마땅한 도리, 의리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의리, 형제 간의 의리, 친구 간의 의리, 공동체 내에서의 의리 등 이 모든 의리는 다 소중합니다. 이 모든 것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의리는 바로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지키는 신앙의 의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벨론왕 느부갓네살이 금신상을 만들고 그 신상에 절하지 않는 자는 극렬히 타는 풀무불에 던진다 했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의 세 친구는 우상에 절하지 않았고, 그 소식을 접한 느부갓네살은 그들을 붙잡아 놓고 "이제라도 악기소리가 날때, 신상에 절하면 놓아주고 절하지 아니하면 극렬히 타는 풀무불에 집어넣을 것"이라 회유했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의 세 친구는 "이 일에 대하여 왕에게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담대히 답합니다. 진리와 참이 왜곡되고, 우상숭배로 혼돈스러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의리를 지키는 모습입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우리를 능히 건져내실 것"이라며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보입니다. 한발 더 나아가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믿음을 보입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왕이여 우리가 왕의 신들을 섬기지도 아니하고 왕의 세우신 금 신상에게 절하지도 아니할 줄을 아옵소서."
 
이처럼 믿음의 선진들은 사자 굴이나, 뜨거운 불구덩이 속이나 때로는 돌팔매질을 당하거나, 십자가에 달릴지라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렸을 때 세상 사람들은 그를 향해 침을 뱉으며 조롱했습니다. 너의 아버지 하나님이 어디 있느냐고. 당장 십자가에서 내려와 하나님의 아들인 것을 증명해 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께서는 인류 구원의 하나님 뜻을 이루기 위해 십자가형을 기꺼이 받으셨습니다.

대중들은 '의리를 지키는 교회'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비열한 사회를 정화시키는 휘톤치드의 역할을 감당해 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제 아들이 제게 보내 준 문자입니다. "아빠, 의리 중에 가장 좋은 의리는 '그으리스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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