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 월드컵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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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6월 25일(수) 15:08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우리 태극전사들이 정말 사력을 다해 뛰었지만 이번엔 썩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인상적인 월드컵은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대회일 겁니다.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은 축구의 극적인 장면을 보여준 명승부였습니다. 당시 대한민국 대표팀은 거친 이탈리아의 작전에 휘말려 후반전 중반까지 한 골 차로 뒤지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는 승리를 확신한 듯 전통적인 빗장수비로 바짝 조였고 한국선수들은 센터필드에서부터 실수를 연발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히딩크가 한국팀의 수비수 세명을 모조리 공격수로 교체해 버렸습니다. 관중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의 공세가 중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런 극단적인 전술을 펼치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월드컵같은 큰 경기에서 그 어떤 감독도 쉽게 내리지 못할 결정이었습니다.
 

관중들은 의아해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종반에 접어들면서 경기 흐름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노장선수가 많았던 이탈리아는 격렬한 몸싸움에 지친 나머지 몸놀림이 눈에 띄게 둔해졌습니다. 히딩크는 이를 노렸던 것입니다. 새로 투입된 한국의 공격수들은 넘치는 체력을 자랑하며 경기를 리드해 나갔습니다. 그 결과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 연장전에서 안정환의 골든골이 이어졌습니다.
 

한국팀을 사상 최초로 월드컵 8강전에 오르게 한 그 경기에서 히딩크는 어떻게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지를 생생하게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 한국팀은 기적을 만들어냈고 여세를 몰아 스페인까지 격파해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해냈습니다. 승리란 이처럼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믿고 도전하는 사람들' 만이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상대의 허점을 찾아내는 그 순간까지 승부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히딩크는 이를 우리에게 보여준 것입니다.
 

한ㆍ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도 노벨상을 수상한 다니엘 캐너먼(Daniel Kahneman)은 심리학자인데, '손실공포본능'이란 실험결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손실공포본능이란 예를 들어, "당신의 아버지가 죽으면서 재산을 상속하였는데, 2가지 선택방식이 있다. A 선택은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20억 달러를 받고, 뒷면이 나오면 하나도 받지 못한다. B 선택은 그냥 5억 달러를 받는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B를 선택한다는 것이죠. 확률과 기대값을 따져 본다면 당연히 A(20억달러*50%^10억달러)를 선택해야 하지만 사람들은 손실공포본능 때문에 그보다 5억달러가 적지만 안전한 B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위급한 순간에 공포심을 느끼면서 살아남기 위해 본능적인 반사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그 결과 인간은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서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손실을 기피하는 손실공포본능을 갖게 됐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간은 이익을 얻는데서 오는 기쁨보다 손실을 입는데서 오는 고통을 더 크게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생각이나 행동을 시도하려면, 편안하고 익숙하며 안전한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일에는 용기가 따릅니다. 아무 것도 도전하지 않는 자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 자입니다. 도전은 언제나 위험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아무런 도전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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