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적대적 미디어 지각' 효과

데스크창-'적대적 미디어 지각' 효과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6월 10일(화) 11:34

 
신뢰도와 영향력은 언론의 생명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중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미디어가 많지만 신뢰도와 영향력이 없는 매체는 저널리즘 측면에서 존재의 의미가 없다 하겠습니다. 아무리 열독률 혹은 시청률이 높다 하더라도 신뢰도와 영향력이 낮은 미디어는 주요 언론이 될 수 없습니다. 유럽의 신문 시장은 권위지(quality paper)와 대중지로 구분되는데 대중지가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영향력 있는 신문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일례로 지하철 가판대에 있는 무가지 신문을 단순하게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영향력있는 매체라 부르진 않는다는거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3부(입법 행정 사법)에 이어 제4부라 불립니다. 미국의 건국 초기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언론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장치입니다. 언론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하기에, 제퍼슨의 말처럼 언론이 없는 민주주의 사회는 존립이 불가능합니다. 언론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핵심제도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언론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 기능과 의제설정(agenda setting) 기능을 통해서입니다. 언론은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보도하진 않습니다.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을 골라서 기사화하고 기사화할 때도 각 크기와 경중을 달리합니다. 또한 언론사에 따라 동일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릅니다. 게이트키핑은 이러한 뉴스 취사선택과 시각의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의제설정은 한 언론이 보도한 특정기사가 사회 전체에 걸쳐서 큰 파급력을 갖게되고 이에 대해 여론이 형성되고 나아가 해결방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언론의 영향력은 바로 이러한 의제설정 능력에서 나옵니다. 많이 팔리지만 영향력이 없는 신문들은 의제설정 능력이 없기 때문에 단순 정보지나 오락용 신문으로 전락하는 것이죠.
 
본보도 하나의 기사가 완성되기 까지 편집국 내에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차장, 부장, 국장에 이르는 동안 수차례 데스킹 작업이 이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미디어 지각'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기사가 편향되었는지 판단하기 위해선 편향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주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여론을 유추하고, 미디어 보도가 자신들이 지각한 여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났는가에 따라 미디어의 편향을 판단합니다. 이를 적대적 미디어 지각 효과라고 합니다.
 
적대적 미디어 지각 효과는 논란에 깊이 관여된 사람들이 해당 이슈에 대한 미디어 보도가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믿는 경향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즉, 중립적인 독자들이 보면 충분히 공정하고 균형잡힌 기사조차도, 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죠.

지난 제98회 총회에선 기독공보가 언론으로서 비판감시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연구해 차기 총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교단지의 틀을 넘어 언론의 저널리즘 성격을 강화하라는 것입니다. 애완견이 아니라 감시견의 역할을 감당해 주기 바라는 총대들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죠. 그러나 여전히 "감시비판 기능을 갖되, 나는 예외"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진 분들이 있는 한 이번 총회 연구보고서는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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