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용기있는 소수

데스크창-용기있는 소수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5월 27일(화) 16:45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사이버 상에 그룹 토론의 형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인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이들을 친구로 삼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를 찾아 그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편협한 정보를 점점 극대화하게 됩니다.
 
이처럼 집단의 결정은 개인보다 훨씬 보수적이거나 또는 훨씬 진보적이어서, 점점 극단적인 쪽으로 결론을 내며 집단적인 토의를 통해 자신들이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됩니다. 토의나 논의를 통해 여론이 중간지대로 수렴하는 게 아니라 양 극단으로 치닫는 현상을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라 합니다. 특히 인터넷에서 집단 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대표적인 예가 다음 아고라에서의 광우병 파동 사태와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검증 파문이라 하겠습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이 횡행했습니다. 여기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비판의 융단 폭격을 받게 돼 이내 비판 글은 사라지고 온통 한쪽 의견이 게시판을 점령했습니다.
 
또 타블로가 스탠퍼드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에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한다(타진요)' 카페를 만들어 타블로의 학력 위조를 증명하려 했습니다. 이 카페에서 "타블로의 학력이 진실"이라고 주장했다간 회원들의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타블로 본인과 공중파 방송에서까지 아무리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도 타진요 회원들은 이를 모두 거짓이라 몰아붙이고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강변했다가 결국 법정에서 진실이 갈리고 말았죠. 이들이 특별한 사람들이어서 이런 상태에 빠진 건 아닙니다. 타블로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선입견이 마음 속 깊이 새겨 있어 어떤 증거도 받아들이길 거부한 것이죠. 
 
이 같은 심리 상태는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독일의 여성 커뮤니케이션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이 1974년 제시했습니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다수의 주장이 존재하면 그 의견들은 하나의 거대한 여론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면 의견이 다른 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못한 채 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숨기고 침묵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광우병 파동과 타블로 학력 위조 파문은 그렇다고 믿는 다수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다수의 논리에 따라간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침묵의 나선이론은 민주주의가 잘못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칩니다. 실제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는 교묘한 '상징 조작(image manipulation)' 등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대세로 몰고 가 다수의 사람들이 침묵하며 자신을 추종하게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침묵의 나선을 깨뜨릴 수 있는 용기 있는 소수자가 필요합니다.
 
이 시대 기독교, 이 시대 기독교 언론도 소수일지라도 다수의 힘에 눌리지 말고 … 작은 소리일지라도 진리의 말씀, 옳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예언자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