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미안하다, 얘들아!

데스크창-미안하다, 얘들아!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4월 20일(일) 07:37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우울합니다. 고난주간을 보내며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이 일어났기에 더욱 가슴이 먹먹합니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난 부활절 아침, 모든 믿음의 사람들이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했을겁니다. 물리적으로 이미 생존가능하다는 72시간은 지났지만 … 저 역시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기대하며 기적을 구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구조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배를 끝까지 지키고 승객을 구했어야 하는 선장은 자신이 지켜야 할 책무를 망각하고 무슨 이유인지 먼저 탈출하고. "야간자율학습, 대입 수능시험 등 골치 아픈 일은 이번 만큼은 잊자", "그동안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번 수학여행으로 다 풀자", "그래 재충전하는거야"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떠난 수학여행,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고…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아이들은 그동안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그랬듯이 '말 잘듣는 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말 잘듣는 아이들은 물 속으로 가라앉고 지켜야 할 규칙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어른들은 제일 먼저 살아나왔습니다. 어른으로써 부끄럽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같은 부모로써 가슴이 무너집니다. "얘들아, 미안하다. 못난 어른들 때문에 너희가 … 깜깜하고 얼마나 무서울까. 숨이 차고 얼마나 추울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연일, 매 시간 쏟아져 나오는 뉴스 속보를 지켜 보면서 실종자 명단 조차 확인되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사고 처리과정, 허언증에 걸린 한 사람에게 농락당한 방송사와 그 소식을 인터넷에 퍼나르며 집단 공분하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이 답답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나도 모르게 한 숨을 내쉬게 됩니다. "사고 초기 단계에서 선장과 승무원들이 좀 더 침착하게 대처했었다면, 이런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국민 소득 3만불을 바라보는 나라의 위기대처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는건지. 모든 국민이 주말 나들이도 자제하고 방송사는 예능프로그램도 다 결방하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부활절을 보냈습니다.
 
온통 슬픔과 절망적인 소식들이지만 그 중에도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하는 사연들도 있습니다. 제자들을 침착하게 대피시키고 갑자기 들이닥친 바닷물과 함께 사라진 담임선생님 두 분, 고 남윤철 선생님과 고 최혜정 선생님. 4층에서 구명조끼를 구해 3층 학생들에게 건네며 가슴까지 물이 차올라도 마지막까지 승객을 구조하다 숨진 여승무원, "언니는 안 나가요?" "너희들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 선원이 마지막이야."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 학생에게 입히고 대피 안내를 하다 숨진 박지영 씨.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 씨가 아내와 나눈 마지막 통화내용도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지금 사람들 구하러 가야해. 수협 통장에 돈 있으니까 아이 등록금으로 써. 길게 통화 못 해. 끊어." 그 분들도 자신의 생명과 가족들을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기 전 겟세마네에서 자신의 원대로 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순종하며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삼가 사망자와 유족, 실종자와 가족분들에게 하나님의 평안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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