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코람 데오(Coram Deo)

데스크창-코람 데오(Coram Deo)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2월 26일(수) 13:40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 '썩은 사과'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난한 노부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노부부는 전 재산인 말 한 필을 팔아 좀 더 쓸모 있는 물건과 바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이 말을 끌고 시장에 갔습니다. 처음엔 말을 암소와 바꾸었지만 다시 암소를 양과 바꾸었습니다. 그 다음엔 양을 살찐 거위와 바꾸었고 다시 암탉과 바꾸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암탉을 썩은 사과 한 자루와 바꾸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썩은 사과 자루를 메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신기해 하는 두 나그네를 만나게 되었고 남편은 자신이 시장 본 이야기를 자랑했습니다. 두 사람은 큰 소리로 웃으면서 "집에 돌아가면 분명히 부인에게 쫓겨날 것"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남편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맞섰고 결국 두 나그네와 금화 한 자루를 두고 내기를 합니다. 두 사람과 남편은 함께 집으로 갔고, 남편의 이야기를 듣는 아내는 암소와 바꿨을 때 "와! 우유를 마실 수 있겠군요!" 그 다음엔 "양젖도 좋지요" "거위 털이 얼마나 따뜻한데요!" "계란에 영양이 많지요" 끊임없이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합니다. 마지막으로 암탉을 썩은 사과와 바꾸었다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오늘 저녁엔 오랫만에 사과파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겠네요!”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말할 때마다 오히려 감탄하며 기뻐했습니다. 문틈으로 엿듣던 두 나그네는 결국 금화 한 자루를 잃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지혜롭고 현숙한 아내 덕에 말 한필과 바꾼 썩은 사과 한 자루로 금화 한 자루를 얻었습니다. 어려선 이 동화의 뜻을 잘 몰랐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은 꼭 영리하고 약싹빠른 사람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가끔은 어수룩한 사람들이 더 많은 복을 받고 잘 살 수도 있다는 … 세상은 꼭 정해진 규칙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작가가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폐막됐으나 여전히 피켜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에 대한 판정논란이 뜨겁습니다. 편파 판정과 개최국 텃세로 인해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입니다. 그러나 정작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은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갔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녀는 국내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금메달만 바라보고 올림픽에 온 것이 아니고, 내가 점수를 인정하냐 안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없다"면서 "실수 없이 만족스럽게 잘 끝냈기 때문에 아무 미련도 없다"며 기자회견장을 떠났습니다.

운동 경기의 심판은 영어로 '레프리(referee)' '엄파이어(umpire)' '저지(judge)' 등 보통 세가지로 분류합니다. 여기저기 문헌을 찾아봤지만 정확한 어원은 찾기 어려웠고 '레프리'는 축구, 농구, 하키, 권투 등 신체접촉이 많은 운동에 함께 뛰는 심판을 말하며, '엄파이어'는 야구, 크리켓, 테니스 등 일반적인 규칙을 가진 구기종목의 심판을, '저지'는 스케이트, 승마, 체조 등 일정한 기준표를 두고 채점을 하는 심판의 경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나름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 스스로 최선을 다함으로 인해 당당할 수 있는 자그마한 소녀 국가대표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과 사람들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훗날 하나님 앞에 섰을 때(Coram Deo) 하나님께 인정받는 일꾼이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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