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귀인오류…라쇼몽 효과

데스크창-귀인오류…라쇼몽 효과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4년 01월 24일(금) 09:44

웬 남자가 은행에서 오토바이 헬멧을 쓴 채 나와 서둘러 오토바이를 타고 갑니다. 이 장면을 목격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헬멧을 쓰고 급히 도망치듯 오토바이를 타고 간 것으로 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은행강도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불법주차 단속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주차위반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뛰어나와 오토바이를 타고 간 것이라는군요. 전자의 경우를 심리학 용어로 '귀인 오류'라고 말합니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사안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주변 환경과 상황을 인지한 이들은 후자의 판단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합니다.

1967년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E. 존스와 빅터 해리스가 실험을 했습니다. 공산주의 이념으로 49년간 쿠바를 통치한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에 대한 기사를 가지고 한 실험입니다. 본래 이 두 학자는 "자유의지로 쓴 글은 작가의 생각(기질)이 담겨 있겠지만, 통제에 의해 쓴 글은 상황상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가설을 가지고 먼저 카스트로에 대해 자유롭게 쓴 글을 읽게 했고, 그 다음엔 무조건 카스트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쓰도록 한 글을 읽게 했습니다. 그리고 각 표본의 글을 읽고 카스트로에 대해 '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를 평가하라고 했는데, 두 상황이 별 차이가 없게 평가된 것입니다.

피험자들은 첫번째 표본 글을 읽고 내용보다 강한 보수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카스트로를 지지하는 글이 아니라, 객관적 시각에서 중립적으로 쓴 글도 여지없이 카스트로 찬가로 평가했습니다. 두번째 표본의 글은 의도적으로 지시에 의해 고무찬양한 글임을 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스트로에 대해 지지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논지를 편 것"이라며 작가의 기질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들의 실험 결과는 "사람은 기질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상황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명제로 함축됩니다.

이렇게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특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근본적 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말합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냉철하게 상황을 따져보기보다는 초점이 되는 특정인의 특성 탓으로 돌리려는 심리입니다. 이런 귀인 오류 심리는 여론조작에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으로 해석하면서, 본질 자체를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을 '라쇼몽효과'라고 합니다. 라쇼몽(羅生門)은 한 사무라이의 죽음에 관련된 목격자들의 서로 다른 진술을 묘사한 영화의 제목입니다. 영화에서 증인들은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주관적 증언을 합니다. 같은 사건에 대한 증언이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이 영화 제목에서 '라쇼몽효과'라는 용어가 유래됐습니다.

최근 이 나라와 민족, 교회 안에는 '귀인오류'와 '라쇼몽효과'로 인한 갈등과 분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삶의 자리(sitz im leben)를 고려하지 않고 그 사람의 성향 만을 가지고 평가하고 단정지으면서, 나와 다르면 무조건 틀린 것이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 되는 이분법적 사고로 살아오진 않았는지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 속에 모든 것은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를 포함합니다. 올해는 보수와 진보, 남과 북, 동과 서…모든 것이 합력하여 하나님의 선을 이루게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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