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비가 올 때까지

데스크창-비가 올 때까지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4년 01월 17일(금) 09:40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생텍쥐페리(Saint Exupery)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이 구절은 학창시절, 저로 하여금 사막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게 했습니다. 서부영화의 주무대인 미국 애리조나(Arizona)주는 세계적 관광지인 그랜드 캐넌을 비롯해 세도나, 호피마을 등 볼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대부분 지형이 고원과 대지이지만 건조기후로 인해 주의 대부분이 스텝이라 불리는 초원 또는 사막입니다. 애리조나는 피마(Pima)족 인디언 말로 '작은 샘이 있는 곳'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바호, 호피, 아파치, 피마족 등 많은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이곳의 지명을 붙일 때 피마족 인디언들은 어린왕자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 지역의 호피 인디언들은 연평균 강수량이 250mm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애리조나의 사막에서 농사를 지었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경우, 집중 호우 때 보통 한 두시간 만에 200mm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은 모래사막이어서 농사 짓기엔 강수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곳입니다. 그래서 호피 인디언들의 삶은 '기우제'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호피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반드시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영험함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유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그들은 비가 내릴 때까지 계속해서 기우제를 지냈기 때문입니다.

서커스에서 말뚝에 묶인 코끼리는 실제 그 힘이 몇 톤이나 되기 때문에 말뚝을 충분히 뽑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묶여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말뚝에 묶여 자라온 코끼리는 몇 번이고 도망치려고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자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시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비록 그것을 이겨낼 힘이 생겼는데도 말이죠. 하늘을 나는 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를 잡아 밧줄로 묶어 놓으면 처음에 날아가려고 버둥대다가 시간이 흐르면 밧줄을 풀어 주어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생은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나는 것입니다. 가장 큰 실패는 시도해 볼 용기조차 갖지 않는 것이죠. 호피 인디언의 기우제처럼 묵묵히 사막에 씨앗을 심고, 가꾸며, 비가 오기를 기원하면서 비가 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마음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 년 전 부총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한 목사님을 최근 뵌 적이 있습니다. 그 목사님께선 실패 이후에 참 많은 부분에 대한 깨달음과 회개를 경험했다고 하셨습니다. 이 목사님은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 지방에서 연락이 오면 밤이든 새벽이든 오지 벽지까지 달려갔다"면서 "선거 패배 이후 조용히 묵상 기도하면서 회개의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선거를 위해 그렇게 불철주야 달려간 본인의 모습을 하나님께서 보시면서 "네가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해 그토록 열심을 내어본 적이 있느냐"고 책망하시는 음성을 들었다는 것이죠.

"일을 망치고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당신은 실수를 한 것이다. 일을 망치고 무언가를 배웠다면, 당신은 경험을 한 것이다."는 서양 격언이 있습니다. 저는 그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실패 이후, 그것을 실수한 것으로 머무르지 않고 경험으로 쌓아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지도자들이 있는 한 아직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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