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협, "민노총 사무실 강제 진입 유감" 논평

교회협, "민노총 사무실 강제 진입 유감" 논평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12월 26일(목) 17:27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영주)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허원배)가 지난 22일 경찰의 민노총 사무실 강제 진입 사태와 관련해 강한 유감의 내용을 담은 논평을 발표했다.
 
교회협은 "명분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방법과 과정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강제 진입에 대한 위법성 논란만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협 정의평화위는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사안들이 왜 이렇게 갈등을 야기하는지 돌아보기를 바란다"면서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강경하게 몰아붙이는 식의 방식은 오히려 더 큰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 논평 전문 ●
"야훼여,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이 소리, 언제 들어 주시렵니까? 호소하는 이 억울한 일, 언제 풀어 주시렵니까? 어인 일로 이렇듯이 애매한 일을 당하게 하시고 이 고생살이를 못 본 체하십니까? 보이느니 약탈과 억압뿐이요, 터지느니 시비와 말다툼뿐입니다. 법은 땅에 떨어지고 정의는 끝내 무너졌읍니다. 못된 자들이 착한 사람을 등쳐 먹는 세상, 정의가 짓밟히는 세상이 되었읍니다."(하박국 1장 1~3절)
 
12월 22일 철도 파업 14일째를 맞는 날, 철도 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는 이유로 압수 수색 영장 없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노총) 본부 사무실에 경찰이 강제 진입한 사태를 바라보며 본 위원회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1995년 민노총이 설립된 이후 첫 강제 진입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수서 KTX 자회사 설립은 철도 경쟁 체제 도입일 뿐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민간자본의 참여가 없으니 민영화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철도 민영화는 국영기업을 공기업으로 전환하고, 공기업을 여러 자회사로 분리한 후 마지막으로 주식 매각을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완료되면 언제든 민간자본으로의 지분 매각이 이루어질 수 있고 그것은 곧 민영화로 가는 것이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철도공사의 부실 운영이 독점체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수서 KTX를 분리하여 경쟁체제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철도 산업은 절대 경쟁 이익이 없는 산업입니다. 따라서 수서발 KTX를 분리하여 자회사를 운영한다면 코레일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그 적자는 모두 국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였던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영화 추진 이후 요금 폭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는 물론이고 민간회사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시설 투자를 하지 않아 안전장치 미비로 인한 대형 사고들이 발생한 것을 보면 철도 민영화 추진은 철회되어야 합니다.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를 분리하여 자회사를 설립하려는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여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민영화에 대한 고통과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대화와 타협, 설득의 과정 없이 공권력을 동원하여 철도 노조 지도부를 검거한다는 명분 하에 민노총 사무실을 강제 진입한 것은 노동자의 노동운동을 위축시키고 억압하는 행위입니다. 정부가 이렇게 강경일변도로 나갈수록 국민들의 저항은 더 커질 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불법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성서에 "어찌하여 너는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정부가 자행해 온 불법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침묵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파업으로 규정짓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본 위원회는 정부가 더 이상 철도 민영화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과 대립의 국면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통의 정치, 공감의 정치, 공유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해 나가기를 촉구합니다. 작은 거짓이 조금씩 커져 돌이킬 수 없는 큰 거짓이 되듯이 정부는 국민들을 속이고 기만하는 민영화 계획을 포기하고 원점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민영화보다는 효과적인 규제를 통하여 철도 산업의 안정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2013년 12월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허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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