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교회 연합사업 결산

2013 교회 연합사업 결산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12월 23일(월) 09:48
진정한 연합의 길, 멀고도 험란
 
2013년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점수를 매긴다면 과연 몇 점이나 될까. WCC 부산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기존의 에큐메니칼 연합운동단체들과 회원교단 소속교회들을 비롯해서 비회원교단의 교회들까지 참여해 표면적으로는 '넓은 연합'을 이룬 것이 성과로 기록할 수 있다. 하지만 WCC 총회를 준비하면서 드러난 갈등상을 보면 이 '넓은 연합'에 덮어놓고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WCC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 중 교회일치 운동의 중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를 비롯해서 WCC 회원교단들과 준비위원회 사이에 격한 갈등을 경험했다. 이 갈등은 화합과 재갈등을 반복하며, WCC 총회 직전까지도 완전한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는 '교회 일치와 연합'을 지향하는 WCC 총회를 준비하면서 이처럼 일치하지 못하고 연합하지 못한다면 총회 유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회의론까지 대두됐었다. 물론 힘겨웠던 준비과정과는 달리 WCC 부산총회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게 WCC 지도부의 공통적인 평가다. 이제 총회는 끝났고 한국 에큐메니칼권은 다시 다방면에서 협력해야 하는 자리로 돌아왔다. 2009년 9월 부산이 10차 총회 개최도시로 결정되고 4년 여 간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다면 이제는 치유하고 보듬으며 에큐메니칼 협력의 아름다운 소식들을 만들어 가야할 출발전에 섰다.
 
WCC 총회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김영주)는 한국사회와 교회를 향해 의미있는 활동들을 펼쳤다. 교회협은  WCC 총회준비를 비롯해서 사회를 향한 예언자적 목소리는 내는 것은 물론이고 교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안도 했다. 교회협은 국정원 등 정부기관의 선거개입 논란과 관련해 지난 8일 인권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선언문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국가권력의 부정에 의한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우리는 너무나 슬픈 현실 앞에 서 있다"면서, "오직 공의를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 흐르게 하라는 예언자 아모스의 외침이 가슴에 절실히 다가오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교회협은 11월 열린 정기총회에서 '교회회계와 재무처리 기준'을 채택하고 교회의 연간예산이 5억원 이상일 경우 반드시 복식회계로 교회재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회원교단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물론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어도 투명한 재정관리에 대한 한국교회의 열망을 담았다는 데 있어서 의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화열차 프로젝트도 눈에 띄는 행사였다. 평화열차를 통해 교회협은 독일 베를린부터 부산에 이르기까지의 평화의 소식을 전했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라는 성경말씀을 실천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박위근)은 올 한해 조용한 가운데 내실을 다져나갔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 중 하나는 서울시와 도서관 활성화 및 책 읽는 서울 구현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행복한 작은 도서관'을 꾸준히 설립하기로 한 것. 교회에 이미 갖춰진 인적자원 및 공간에 서울시의 행정 지원 및 컨설팅 지원으로 일반 사회에 교회의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일반사회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외에도 한교연이 산자부와 한국전력에 전력피크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과 보완을 요청해 한전측으로부터 전력피크제 시행의 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받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약속을 받은 일은 한국교회를 위한 적절한 기여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기총이 연말 예장 합동의 탈퇴로 그 입지가 크게 좁아지고, 연합단체로서의 역할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만큼 당장 내년도부터 한교연에 더욱 큰 역할을 기대하는 교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교연은 내년 1월 대표회장 선거를 공정하게 치러야 함은 물론이고, 더욱 더 적극적인 화합의 리더십으로 교계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올해 '추한 밑바닥'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연초부터 시작된 이단해제를 통해 다락방 류광수와 큰믿음교회 변승우에게 면죄부를 줬고 2013년 마지막 달 끝내 평강교회 박윤식까지 '이단성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단 규정이나 해제를 할 수 없는 교회연합기관이 절차와 정서를 모두 무시한 채 '셀프 이단해제'를 감행한 결과는 참혹했다. 지난 18일 한기총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대교단인 예장 합동 총회가 임원회를 열고 "박윤식에게까지 면죄부를 주는 한기총과는 함께 할 수 없다"며 탈퇴를 결정한다. 결국 한기총의 홍재철 대표회장은 무리하게 이단들을 사면하고 '고립무원'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튿날인 19일, 자신이 속한 교단인 예장 합동 총회를 탈퇴해 버린다. 1년 동안 '셀프 이단해제'에 열을 올린 홍재철 대표회장이 '셀프 한기총'을 만들어 가겠다고 선포한 것이라는 게 교계의 중론. 이제는 한기총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 교단들이 입장을 정하고 모아야 할 때다. 더이상 한기총은 한국교회의 대표가 아니다. 단지 군소교단들과 이단들의 사랑방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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