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들의 든든한 버팀목 '영락모자원'

홀어머니들의 든든한 버팀목 '영락모자원'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12월 13일(금) 13:05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다면 주변의 냉대 참을 수 있어"
 
성북구 정릉의 조용한 주택가, 나즈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영락 모자원에 들어서자 왼쪽으로는 아담한 정원이 보였고 오른쪽으로는 연립주택 2동이 앞뒤로 서 있었다. 낮시간이라 엄마들은 직장에 갔는지 인적이 없었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 적막한 느낌마저 들었다. 영락 모자원의 이호진 사무국장은 "모자원 보고 낮엔 수녀원 같다고들 한다. 엄마들은 다 일터로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거나 어린이집에 가있으니 조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직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모자가정을 돌보기 위해 고 한경직 목사가 1951년 세운 영락 모자원은 60여 년 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홀어머니들의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 왔다. 세월이 흐르면서 전쟁 미망인들의 수는 줄고 언젠가부터는 이혼가정들이 입주하더니 2005년부터는 미혼모 가정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이혼과 사별, 미혼모 등을 포함해 57만여 명의 한부모가정이 있고 이중 63.1%는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모자가정이다. 하지만 전국에 모자가정이 둥지를 틀 수 있는 시설은 41개소, 서울엔 5개소에 불과한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역사도 가장 오래되고 영락교회(이철신 목사 시무)가 설립한 영락 모자원과 같은 시설은 이 사회를 밝히는 등대와도 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하지만 모자가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온 영락 모자원도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노후한 시설과 여전히 차가운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 큰 난관이다. 모자원의 신동헌 원장은 "리노베이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도 20년 이상된 시설들에 대해서는 리노베이션을 순차적으로 할 것을 권고하고는 있지만 정부가 그만한 예산을 책정해 놓지 못하다보니 공사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신 원장은 "이미 정부는 물론이고 서울시와 영락교회, 영락사회복지재단 등이 모자원의 리노베이션을 위해 큰 관심을 갖고 지원을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예산이 넉넉하지 못하다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모자원 직원들과 입주자들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리노베이션에 대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모자원 시설은 매우 낙후해 보였다. 방음도 되지 않는 건물은 겨울이면 방풍을 기대할 수 없고 냉방시설도 전무하다보니 여름엔 찜통을 벗어날 수 없다. 더불어 주변의 냉대는 모자원에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모자가정에게는 날카로운 가시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영락사회복지재단도 모자원 입구에 걸려 있던 간판을 '영락 그린빌'로 바꿔 달았을 정도.
 
   
물론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영락 모자원에는 감사의 기도가 끊이질 않는다. 퇴근한 뒤 서둘러 귀가하던 한 입주자는 "아이도 기르고 3년으로 정해진 모자원 입주 기간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서 일도 해야 하다보니 무척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영락 모자원과 같은 시설이 있어서 내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다"면서 "우리 가정을 지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바로 영락 모자원이었다"고 말했다.
 
이 입주자의 설명처럼 모자원에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억척스럽게 사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해야 하다보니 많은 입주자들은 정규직은 엄두도 못내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한달에 100만원을 버는 게 쉽지 않은 일자리지만 이들이 자기 자녀를 제 손으로 키우겠다는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크다. 신동헌 원장은 "많은 기도와 관심이 필요하다. 재능기부도 좋고 생필품 지원도 좋고….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이번 성탄절엔 큰 사랑과 관심이 답지하길 소망해 본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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