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아름다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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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12월 09일(월) 11:51
1891년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란 소설이 있습니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도리언 그레이'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는 마치 조각같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매우 순수한 청년, 요즘 말로 꽃미남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막 사교계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에게 한눈에 반한 화가 '바질'이 그를 모델로 초상화를 그립니다. 완성된 걸작 초상화를 본 사람 중에 '헨리'경은 "금방 사그라들 젊음이니 지금의 아름다운 외모를 만끽하라"는 말을 그에게 합니다. 그 순간, 도리언은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영원히 변하지 않을 초상화에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초상화가 "나 대신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며 한탄을 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도리언은 시간이 흘러도 자신의 외모가 늙지 않고 오히려 초상화 속 얼굴이 점차 변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로 인해 그는 세상을 다 가진 자처럼 교만하여져서 걷잡을 수 없는 타락과 방종,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인간이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클레오파트라나 양귀비, 또 진시황제 측천무후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들은 모두가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며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과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요즘엔 TV에서 피부는 20대처럼 탱탱하지만 점점 이상한 모습으로 변하는 연예인들을 보게 됩니다. 최근엔 미용시술을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과도하게 투약한 혐의로 유명 연예인 세명이 실형을 선고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젊음에 대한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세월이 지나면 늙고 결국엔 죽게 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헛된 욕심이나 욕망을 버리고 선한 일을 하라는 교훈입니다. '나이가 들면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흔적들이, 자신의 성품이 고스란히 얼굴의 표정과 주름에 남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전세계 만인의 연인이 된 오드리 헵번은 1988년 유니세프 친선 대사가 된 후 세계 곳곳의 구호지역을 다니며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1993년 별세하기 전까지 그녀가 구호활동을 위해 간 곳은 수단, 에디오피아,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등 50여 곳이 넘었습니다. 1992년 9월 오드리 헵번은 소말리아에 있었습니다. 소말리아는 그녀가 방문했던 그 어떤 지역보다 더 비참하고 참혹한 현장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가 죽어가고 있었으며 죽은 어린이들은 쇼핑백만한 자루에 담겨 묻혔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쌓은 명성과 인기를 아낌없이 구호활동을 위한 기금 모집에 이용했지만, 구호 현장에서는 절대로 스타처럼 처신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두 아이를 둔 어머니로서, 죽어가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구호활동가로서 어린이들을 대하고 사랑하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오래도록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나약한 인간인지라 누구나 갖는 것이지만 오드리 헵번처럼 하나님께서 주신 본연의 사랑을 회복하며 자연스럽게 주변과 동화되면서 세월의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우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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