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얼어 죽기 직전의 이주노동자

엄동설한에 얼어 죽기 직전의 이주노동자

[ 기고 ] 독자투고

박천응 목사
2013년 12월 02일(월) 13:55

지난 겨울에 방글라데시 노동자 세 명이 찾아왔다. 설이 지나자마자 사장에게 구타당고 회사로부터 쫓겨난 이주노동자들이다. 한 노동자는 사장으로부터 눈언저리를 맞아 병원 치료를 받았고, 분에 겨워 스스로 병원 진단서를 첨부하여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다른 두 이주노동자도 사장으로부터 맞았으나 진단서 첨부는 하지는 못한 상태였다. 화가 난 사장은 이들 노동자를 회사로부터 쫓아냈다. 쫓겨난 이주노동자들은 속 옷 하나 못 챙기고 회사를 나와 갈 곳이 없어 여관을 전전하며 생활을 해야 했다. 사장 부인은 이들을 무단 이탈자로 노동부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두려움에 가득 찬 이들이 사무실 문을 두드린 것이다.
 
왜 이들 이주노동자 세 명이 회사로부터 쫓겨났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엄동설한에 얼어 죽을 상황에서 불도 없는 방에서 벌벌 떨다가 몸살로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사장이 내 보낸 것이다. 몸이 아프다는 사람을 챙기기 보다는 일 안한다고 때리고 쫓아낸 것이다. 이들이 살았다는 기숙사를 찾아가 보았다. 기숙사는 본래 사무실로 쓰던 5평 정도의 공간이다. 사무실 지붕은 넓고,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허름한 창문이 있는 공간 바닥에 전기장판으로 겨울의 추위를 넘기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를 막어내기는 불가능한 곳이다. 전기장판 한장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사장으로부터 맞고 나온 것은 설날이 지난 시점. 설날이라고 이주노동자들에겐 보너스도 없다. 사장에게 보너스 이야기를 하였으나 "설날은 한국인 명절이지 이주노동자들의 명절은 아니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이들에게는 쉴 수 있는 휴가가 되어 며칠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설날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자 회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기숙사에선 전기장판을 켤 수가 없었다. 사장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사장은 "그냥 자"라고 하였다. 이들 세 명은 이날따라 영하 13도 가까운 차가운 밤을 전기도 없는 차가운 방에서 얇은 이불을 덥고 밤새 덜덜 떨어야 했다. 이들 노동자들이 밤새 벌벌 떨며 지내다 보니 세 사람 모두 심한 몸살과 감기를 얻게 되었다. 다음날 일을 시작하기 위해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몸에 오한이 들어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다. 작업장은 기숙사 바로 아래층이다. 사장은 오전 6시 50분경부터 기숙사로 올라와 일을 하라고 다그쳤다. 사장은 그들의 몸 상태를 걱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살 피우지 말라"며 화를 내더니, 한명의 이주노동자의 가슴에 올라타고 앉아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다른 두 명에게도 다가가 발로 어깨를 걷어차며 일어나라고 하였다. 그리고 사장은 소리 지르며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결국 길거리로 쫓겨나게 되었다. 갈 곳이 없는 이들은 거리를 배회하다가 밤이 되자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 그러나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너무 추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갈 곳 없는 이들은 기숙사를 나와 모텔을 전전하며 생활하게 되었다.
 
엄동설한에 얼어 죽기 일보 직전의 이주노동자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이들에 사용하는 기숙사에는 변변한 난방 시설도 없고 상하수도 시설도 엉망인 회사가 많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이러한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 시설에 기숙사 비를 받는 경우도 있다. 기숙사가 열악하여 회사 밖에서 살고 싶다고 하여도 회사는 일시키기 쉽고 관리가 쉬운 기숙사에서 살 것을 강요한다. 국내에서 다문화를 외치지만 이주노동자는 다문화 정책의 대상에서 배제 된다. 월급 못 받고, 장시간 노동하고, 때로 맞기도하며 열악한 상황에서 근로를 해야 한다.
 
날씨가 춥다. 이주노동자들은 얼어 죽을 판이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들의 기숙사에 대한 일체의 점검이 필요하다. 더운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물 나오고 불 들어오는 따스한 방에서 살 권리가 있다.

박천응 목사(안산이주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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