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만의 WCC? 성명서 이전에 현장을 먼저 읽어라

소수만의 WCC? 성명서 이전에 현장을 먼저 읽어라

[ 선교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11월 22일(금) 14:11
포스트 WCC 부산총회, 한국교회에 남겨진 과제를 생각한다 1.
"생활밀착형, 풀뿌리 에큐메니칼 운동이 아쉽다"
 
   
▲ 사진제공/WCC

여전히 낯선 에큐메니칼 운동,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 기간 중 벌어졌던 반대시위를 지켜본 외국인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대다수는 "지나치지만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면서 관대했지만 일부는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60년이 넘도록 활동하고 있는 WCC가 말도 안되는 논리로 공격을 받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한 총대는 전체회의에서 "우리의 문제는 없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WCC를 홍보하는 데 게을렀던지 아니면 소수들만의 모임에 그친 것은 아닌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WCC가 교인들에게 다가서기 위한 과제들은 무엇일까.
 
▲소수 엘리트 운동에서 벗어나라
 
스위스 제네바에서 UN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WCC.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단체인 만큼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서기가 어려운 것이 일면 사실이다. 교회들의 협의회로서 다른 국제기구들보다 문턱이 낮아야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WCC는 보이지 않는 벽 안에서 각국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고급인력 집합소가 돼 버렸다. 물론 직원들의 수준이 높은 것은 조직의 미래를 두고 봤을 때는 실보다는 당연히 득이 크다. 다만 아쉬운 것은 WCC를 중심으로 60년 이상 진행되어 왔던 에큐메니칼 운동이 WCC 중앙위원이나 실행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하거나 WCC 본부에서 직원으로 근무한 이들만 참여해 활동하는 수준에 그쳐 있었다는 점이다. 'WCC 본부-소수의 에큐메니칼 인사들-본부 직원' 사이에만 에큐메니칼 운동이 함몰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소수만의 WCC'라는 분위기를 비단 우리나라 사람들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개신교단(EKD) 소속인 다니엘 정 씨도 "이번 총회를 보면서 WCC가 소수의 운동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면서, "WCC가 달려가야 할 사역의 현장에 대한 관심보다는 여전히 성명서 중심의 운동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성명서를 잘 읽지 않는다. 운동성이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WCC는 눈높이를 대대적으로 낮춰야만 한다. 상층부에서만 오고가는 어려운 논의들만 가지고는 풀뿌리 에큐메니칼 운동을 이끌 수 없고 교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에큐메니칼 단체로서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 이번 총회에서도 공공쟁점위원회가 다뤘던 다양한 문서들이 과연 기독교인들의 삶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전 세계 교회대표들이 모였다 헤어진 것으로만 끝나면 안된다. 이제부터 11차 총회가 열리는 8년 후까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때다.
 
▲교회와의 간극을 좁혀라
 
WCC는 부산총회 기간 중 한국어 번역팀을 운영했다. WCC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고 앞으로도 없을 일로 WCC 총회사에 오래도록 남을 기록이 됐다. 하지만 정작 번역팀원들은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바로 에큐메니칼 용어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이 무척 까다로웠던 것. 번역팀 주연수 교수(부산장신대)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일상생활에서 에큐메니칼을 실천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찾는 일 자체가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말해 한국교회가 교인들의 신앙생활과 에큐메니칼 운동을 융합하는데 실패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생활밀착형 에큐메니칼 운동'이라기 보다는 '머리 속이나 책에만 담겨져 있는 개념적 에큐메니칼 운동'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번 총회에 참석했던 본교단의 한 인사는 "WCC 총회를 계기로 에큐메니칼 운동이 지향하는 가치들을 한국교회 곳곳에 확산시켜야 한다"면서, "'에큐메니칼은 진보다'와 같은 구식 등식을 철폐하고 WCC 총회가 보여준 은혜로운 예배와 깊은 영성, 성경공부부터 한국교회가 도입해 나간다면 WCC를 한국교회에 보다 친숙하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신학교에서부터 에큐메니칼을 교육하라
 
부산총회에 스튜어드와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신학생들은 공통적으로 'WCC를 잘 몰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세계에큐메니칼신학원(GETI)과 한국에큐메니칼신학원(KETI)에 참석했던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창 대학에서 신학의 전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신학생들이 왜 WCC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까. 결국 신학대 안에 에큐메닉스(에큐메니칼 신학)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큐메니칼 신학 교육의 강화는 WCC 안에서 청년들의 참여확대와도 직결된다. 부산총회의 소득 중 하나를 꼽으라면 한국 기독교인들이 해외교회 대표들 중 여성은 물론이고 특히 청년들의 활약상이 무척 크다는 점을 가감없이 눈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해외교회는 청년과 여성의 참여를 단순히 '발란스'를 맞추기 위해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들의 리더십을 적극 활용하는 데까지 닿아 있다. 실제로 이번 10차 총회 인선위원회에도 유럽교회에서 온 20대 여성총대가 참여해 활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결국 에큐메니칼 신학 교육의 강화는 향후 우리나라에 에큐메니칼 운동의 지평을 넓히고 WCC에서도 청년들이 활약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당면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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