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소통은 공유하는 것

데스크창-소통은 공유하는 것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11월 18일(월) 17:00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할 때 강의 시간에 "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선 소통의 두가지 차원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용(메시지)'이고, 다른 하나는 '관계'입니다. 이것을 이론적으로는 '보고적 말하기(report talk)'와 '관계적 말하기(rapport talk)'라고 구분합니다. 예컨데 선생님이 학생에게 "이 자료 좀 복사해 와"라고 했다면 이 소통은 내용적 차원에서 "복사해 달라"는 메시지의 전달입니다. 동시에 이 말은 관계적 차원에서 보면 "나는 선생(윗사람)이고 너는 학생(아랫사람)"이라는 관계에 대한 언급이 함축돼 있다는 것이죠.
 
중매로 만나 한 달 여 만에 전격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신혼인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닌데 매우 친밀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남편은 거의 매일 일찍 퇴근하여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은 회사 일에 지쳐 힘들고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집에 들어서는데, 아내가 저녁 식탁을 차리고 있기에 아내를 보자마자 "배 고파, 밥 줘"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아내는 화를 벌컥 내며 식탁 위에 밥그릇을 내동댕이 치듯 내려 놓았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오늘 집에서 무언가 언짢은 일이 있었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분풀이하는 것으로 오해했습니다. 그들의 부부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고 합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그저 '밥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지만 아내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성은 소통의 관계적 차원에 민감합니다. 남편을 위해 밥 해놓고 기다리는데 첫 마디가 "사랑하는 당신, 오늘 어찌 지냈소?" "많이 보고 싶었어."라는 말이 아니라 "배 고파, 밥 줘"라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내는 "내가 밥 해주려고 시집왔냐?"라는 반감이 생기게 된다는겁니다. "배고파, 밥 줘"라는 동일한 메시지에 대해 남편은 내용 측면 만을 생각했고, 아내는 관계적인 측면 만을 생각한 것이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 대부분은 이 대인소통(interpersonal communication)에 있어 두가지 차원의 충돌에서 발생합니다. 이것은 부부 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직장 상사와 직원, 친구, 동료 사이에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관계에 대한 느낌이 확 달라진다는거죠.
 
본래 소통(communication)이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 꼬뮤니까레(communicare)입니다. 이 말은 공유한다는 뜻인데, 명사형은 꼬뮤니스(communis), 즉 함께 나눔 혹은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커뮤니티(community)는 경험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공동체이고,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이라는 뜻의 상식(common sense)도 모두 다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떡과 포도주를 나누며 "나를 기념하라" 하신 성찬식(communion)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처럼 소통의 본래 의미는 메시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함께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소통하기 위해선 우리에게 막힌 담을 헐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향한 치유와 화해, 평화를 나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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