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오브로모프 병

데스크창-오브로모프 병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11월 11일(월) 09:46
만사가 귀찮은 사람이 있습니다. 배우고 싶지도 않고 일하고 싶지도 않으며, 모든 의욕을 잃고 누워 사는 무기력함을 러시아에서는 '오브로모프병(病)' 이라고 합니다. 곤차로프의 대표작 '오브로모프'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서른을 갓 넘은 지주의 아들 오브로모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학까지 나왔지만 집에서 무능력, 무관심, 무취미, 무기력 상태로 하루 종일 누워서 삽니다. 옷도 입혀 달라 하고, 식사도 식당 가기가 귀찮아 방에서 불러다 먹여 달라고 합니다. 연애할 기력마저도 상실하여 연인도 떠납니다. 요즘은 이런 사람들을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라 부릅니다. 니트족이란 취업에 실패한 후 구직 활동이 전무하고 학교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특별한 직업 훈련이나 교육도 받지 않는, 그야 말로 일을 할 의지도, 일을 구할 의지도 없는 무직자를 뜻합니다. 간단히 말해 구직 활동은 하지 않고 놀고 먹는 15~34세 청년층을 의미합니다.
 
한국 청년 5명 중 1명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이른바 니트족입니다. 올해 국제노동기구가 발표한 2013년 세계 청년 고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청년층의 니트족 비율은 19.2%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OECD 전체 회원국 34개 나라 중 7번째로 높은 비율입니다. 더욱이 한국의 니트족 비율은 OECD 평균 청년층 니트족 비율인 15.8%보다 3.4% 높은 수준입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은 16.1%, 영국은 15.9%, 독일 12% 등 한국의 19.2%보다는 니트족 비율이 낮게 나타났습니다. 니트족의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일할 의지가 없다는 것, 아예 그 어떤 것도 시작할 마음이 없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일이 고달픈 직장인들은 "평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만 자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닥치면 오래 견디지 못한다고 합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헤론은 대학생을 모집하여 실험을 했습니다. 피험자 개개인을 방음벽이 설치된 작은 방에 들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붙였습니다. "방에 있는 침대 위에 눕는다(식사와 화장실 제외).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고글(goggles)을 착용한다. 귀는 특별히 의미 있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헤드폰을 쓴다. 어느 것에도 닿지 않도록 손에는 장갑을 끼고 덮개를 씌운다. 그리고 식사는 하루 3끼가 주어진다. 물도 마실 수 있고, 화장실도 갈 수 있다." 실험 참가자에겐 하루 일당으로 꽤 많은 보수가 지급되었습니다. 이 실험의 참가자 중에는 며칠이고 버텨서 여행 경비를 마련하려고 작정을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3일 이상을 버틴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은 '감각차단 실험'이라 불립니다. 인간은 생리적으로 안정적이고 충족된 상태에 있더라도 인간의 오감의 자극을 최대한으로 줄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태를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실험은 '인간은 생리적 욕구가 총족되면, 자발적으로 행동하려고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라는 인간관을 뒤집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자극을 얻기 위해 동기가 부여되는 존재라는 새로운 인간관을 이끌어 냈습니다. 일터가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롬12:11)"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