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너 자신을 알라

데스크창-너 자신을 알라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8월 21일(수) 09:31
오늘 아침 페이스북 친구가 올린 글입니다. 한 명문대 교수가 지혜롭기로 소문난 수도사를 시험해 보기 위해 수도원을 찾았습니다. 마주앉은 자리에서 수도사는 말 없이 찻잔에 차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잔이 가득 차서 차가 넘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따랐습니다. 교수는 놀라서 외칩니다. "차가 넘칩니다!" 수도사가 당황한 교수에게 말합니다. "그대의 마음이 넘쳐흐르는 찻잔과 같으니, 어찌 다른 사람의 말이 들어가겠는가?" 교만한 교수는 그제서야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버려야 합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말이죠.
 
자동차 왕 헨리 포드(Henry Ford)는 "성공을 원한다면 어떠한 조직도 개혁할 수 있어야 하고, 어떤 방법도 폐기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어떤 이론도 기꺼이 포기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가르침 중 가장 유명한 말은 '너 자신을 알라'와 '나는 무지하다'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반면 귀족들은 무지하면서도 세상의 이치를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자신의 무지를 깨달은 귀족들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숙였다고 합니다.
 
그의 대화법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는데 하나는 비판적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 경청입니다. 대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다이알렉티케(dialektke)의 어원을 따져보면 변증법이란 뜻에서 유래됐습니다. 결국 질문에 의해 비판적 사고의 과정을 자극하고 이끌어가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은 변증법인 셈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불손한 말을 삼가고 목숨을 구걸했더라면 그는 사형을 면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남기며 비록 잘못된 국법일지라도 복종함으로써 떳떳한 죽음을 보여주는 것이 시민의 의무임을 강조했던 것이죠.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의 리더십도 질문식 대화법이었습니다. 그의 학력은 일천합니다. 그러나 그의 질문은 단순하면서 핵심을 찔렀다고 합니다. 계열사 사장을 호출해서는 '이야기 해봐라'하고 회사의 문제 상황을 물었습니다. 그런 다음엔 '왜 그런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순서대로 묻고, 대답을 들은 후 최종적으로 '그것만 하면 다 되나?'하고 다시 물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병철 리더십의 핵심은 질문과 대화라 하겠습니다.
 
대화란 서로가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입니다. 당시 아테네의 사람들은 부와 명예 등 외향적 가치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러한 가치 추구는 영혼을 타락시킨다며 이런 환경에서 정신적으로 타락하지 않으려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사실 아테네 당시 상황과 오늘날 이 시대의 사회상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이념이란 한번 사로잡히면 그름을 인정할 수 없게 만듭니다. 조직행동학에서는 이것을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집착'(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내면에서 자신의 주장과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그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심리적 결함을 의미합니다. 언제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비우고 상대를 품고,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깨달아 잘못에 집착하는 일이 없는, 그런 날을 맞이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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