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크스창-진짜같은 진짜

데크스창-진짜같은 진짜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7월 10일(수) 11:18
종편 프로그램 중에 '히든 싱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가려진 커튼 뒤에서 여섯 명이 한 가수의 노래를 부릅니다. 놀랍게도 여섯 명이 구분하기 힘들만큼 비슷한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진짜 가수는 그 중 하나 뿐입니다. 패널들은 매 라운드마다 커튼 뒤에서 부르는 여섯 명의 가수 중 가장 그 가수의 목소리같지 않은 사람을 투표해서 떨어뜨립니다. 이렇게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돼 최종 두 명이 남는 마지막에 진짜 가수를 찾아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포맷입니다. 사전에 어떤 정보도 취하지 않고 행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와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때론 모창 가수가 진짜 가수보다 더 많은 표를 득표해 진짜 가수의 간담을 서늘케 합니다. 진짜 가수는 출연 초반 상당히 여유롭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쫓기는 상황이 되어 당황하는 빛이 역력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입니다.
 
그동안 출연한 가수나 시청자 모두 모창 출연자들의 수준에 깜짝 놀랐습니다. 단순히 한 가수의 노래를 똑같이 따라 부르는 것만으론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재미를 넘어 감동적 요소가 있었던 것이죠. 그것은 바로 출연한 가수와 모창 가수, 시청자 간의 소통과 교감에서 오는 감동 때문입니다. 그들의 노래는 그냥 모창이 아니라 그 가수를 사랑하는 팬들이 부르는 가수에 대한 헌정인 셈이죠. 그래서 재미로 하는 모창과는 큰 차이가 있고, 그런 진심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는 것입니다.
 
찰리 채플린이 인기절정에 있을 때 여행 중 어느 마을에 묵게 됐는데 마침 그 마을에선 '채플린 흉내내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장난끼가 발동한 채플린은 자신의 신분을 숨긴체 대회에 출전했는데 결과는 뜻밖에 3등이었습니다. 두 명의 가짜가 1, 2등을 하고 정작 본인은 3등을 한 것이죠. 진짜는 자신이 진짜니까 진짜인척 할 필요가 없지만, 가짜는 항상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진짜같이 보이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채플린대회에서 1, 2등을 한 가짜들은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채플린의 손짓, 발짓, 얼굴표정 등 모든 것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흉내내며 수없이 노력했을 겁니다. 채플린은 그런 그들보다 덜 채플린다워 보였던 것이죠. 그날 채플린은 '가짜같은 진짜'의 기분을 맛보았을 겁니다. 가짜같은 진짜는 맛을 잃어버린 소금과 같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진짜라 한들 세상이 믿어주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세상에는 '진짜같은 가짜'가 더 많습니다. 앞서 소개한 '히든 싱어'나 '채플린 흉내내기'는 그 자체가 이미 모방(fake)임을 전제하고 그 차이를 구별해 내는 것이기에 사기나 죄악이 아닙니다. 단지 오락일 뿐이죠. 그러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상대방을 속이고 이득을 취하기 위해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는 죄악입니다. 최근 교계에 이런 진짜같은 가짜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정통인양 포장하고 정통에서 벗어난 교리를 가르치는 성경 세미나, 작은 틈이 생긴 교회에 초신자로 위장하거나 전입 교인으로 등록하여 목회자와 교인, 교인과 교인 사이의 이간을 통해 교회 분열을 획책하는 무리들. 말과 행동, 믿음과 행함이 일치하지 않는 이들. 이들은 모두 진짜 같은 가짜입니다. 한국교회가 진짜 같은 가짜, 가짜같은 진짜가 아니라 '진짜같은 진짜'로 우뚝 서기를 앙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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