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마인드 셰어

데스크창-마인드 셰어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6월 25일(화) 17:02
고등학교 시절 함께 교지를 만들었던 문예반원 중, 현재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 ECD(Executive Creative Director:제작총괄대표)로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 광고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우며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광고제에서 1백 여 회의 수상과 특히 전세계 광고인들의 올림픽인 칸느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인물로 빌게이츠재단에 초청돼 광고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사람들과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들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이제 "나의 개인적인 동창을 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의 멋진 친구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에게서 가끔 광고와 PR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달라도 참 많이 다르다"라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 광고의 고전적 이론 가운데 '포지셔닝 이론'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보통 '잘나가는 브랜드 3개만 기억한다'는 것이죠. 세일즈맨은 자신의 브랜드가 3순위 밖일 때 어떻게 3등 안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마케팅은 제품 간의 경쟁이 아니라 인식의 경쟁 즉, 소비자의 마음 속에 첫 번째로 자신의 브랜드를 인식시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청량 음료시장은 1등이 코카콜라, 2등이 펩시콜라입니다. 그 아래로 세븐업이란 레몬맛 탄산음료 브랜드도 있습니다. 당초 업계 순위는 20~30등 정도였습니다. 3등은 커녕 10위 안에도 위치하지 못하는 브랜드가 팔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세븐업이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은 포지셔닝 전략이었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마케팅전략은 "콜라가 아니다(non cola campaign)"였습니다. 세븐업이 콜라가 아닌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세븐업을 알지는 못해도 콜라는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마침내 콜라가 아니라는 엉뚱한 주장을 펼친 세븐업은 소비자들이 콜라를 생각할 때마다 한 번씩 떠올리는 이름이 된겁니다. 아마도 콜라만 마시던 미국의 소비자들이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세븐업을 마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콜라를 생각할 때마다 콜라가 아니라고 외치는 세븐업을 기억해낸 것이죠. 결국 세븐업은 제품을 바꾸지 않고 브랜드의 가치를 단숨에 뛰어올렸습니다.
 
그 친구는 이같은 전략을 "마인드 셰어(Mind Share)를 올린다"고 표현했습니다. 마인드 셰어가 높아지게 되면 시장 점유율을 뜻하는 마켓 셰어(Market Share)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것이죠. 그러나 마인드 셰어를 높이는 광고에도 문제는 있답니다. 브랜드를 인식시키고 호감을 갖게 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브랜드가 처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것이죠. 전통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일방적이기 때문에 세뇌를 시킬 수는 있어도 소비자와 소통이 일어날 수는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젠 소비현장으로 뛰어들어 라이프 셰어(Life Share)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국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거죠. 이것이 어디 광고 뿐이겠습니까? 이 시대 한반도의 남과 북, 여와 야, 진보와 보수 등 진영논리에 빠져있는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