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제10차 총회 - 경제생태정의 선언문

WCC 제10차 총회 - 경제생태정의 선언문

[ 선교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3년 06월 21일(금) 11:24

WCC 제10차 총회, 이런 문서가 다뤄진다 ④

지구상의 빈곤ㆍ부ㆍ생태계를 전 세계 기독교인 함께 고민
'인간의 탐욕' 인한 지구 공동체 종말 경고, 하나님 정의에 따른 행동 촉구
"금융 및 사회경제적, 기후, 생태학적 위기들 상호 연관" 지적
이번 제10차 총회서 '생태정의를 위한 교회의 헌신' 논의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에서 다뤄질 중요한 정책 문서들 중에는 교인들의 일상과는 다소 거리가 먼 신학이나 직제, 성만찬과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담은 문서들뿐 아니라 교인들의 삶과 밀접한 '생활 밀착형' 문서들도 다뤄진다. 바로 '모두의 생명과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Economy of Life, Justice and Peace for All)가 문서다. 지난 해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열린 WCC 중앙위원회에서 채택된 이 문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와 날로 파괴되고 있는 생태계를 바라보는 신앙인들의 책임있는 자세들을 고민하는 문서다. 물론 수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작성한 문서인만큼 소설책을 읽듯 쉽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 극복 10년'과 같이 전 세계 교회들과 교인들이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을 위한 정책문서'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모두의 생명과…'가 나오기까지>
 
WCC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모든 종류의 정책문서들은 모두 고유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모두의 생명과…'의 뿌리도 1998년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열린 WCC 제8차 총회 이후 2006년까지 이어왔던 연구의 결실인 아가페(AGAPE, 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 and Earth) 문서에 있다.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에서 열렸던 제9차 WCC 총회는 아가페 문서를 중심으로 지구 차원에서 경제정의를 실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아쉽게도 아가페 문서는 채택되지 못했고, 이른바 '아가페 콜'이라는 형식으로 논의를 지속하자는 차선의 결정이 내려졌다. 제9차 총회가 비록 아가페 문서를 채택하지는 못했어도 '아가페 콜'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함에 따라 일종의 계속위원회가 만들어진다. 바로 WCC 주도로 만들어진 PWE 프로그램(Poverty, Wealth, Ecology/빈곤, 부, 생태계)이 그것이다. 이후 PWE는 종교와 정치, 경제, 사회 전문가 그룹이 참여한 가운데 2007년 탄자니아 다레쌀람에서 아프리카 협의회, 2008년 과테말라에서 라틴아메리카-카리브 협의회, 2009년 치앙마이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협의회, 2011년 캘거리에서 북미 협의회를 순차적으로 열고 2012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아가페 과정을 기념하는 지구 포럼을 연 뒤 PWE 프로그램의 여정을 정리하는 문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문서가 WCC 제10차 총회 때 다뤄질 '모두의 생명과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Economy of Life, Justice and Peace for All)인 것이다.
 
<문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기나>
 
'모두의 생명과…'는 지구적 차원의 금융 위기와 사회ㆍ경제적 위기, 생태학적 위기와 기후 위기 등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민중과 지구에 파국적 재앙을 가져오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위기의 뿌리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주의와 노골적인 무시, 탐욕과 정면으로 대결하지 않는 한 지구 공동체의 생명은 종말에 이르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불어 이 문서는 지구 공동체의 종말을 피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면서 "생명을 위한 경제는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형성되어 가고 있고, 하나님의 정의가 그 바탕을 이룬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문서가 이번 부산 총회에서 공동의 합의를 통해 채택될 경우 '폭력극복10년'과 같은 전 지구적인 캠페인에 돌입하게 된다. 문서에서는 '좋은 삶'에 대해 '상호성, 호혜성, 정의, 사랑과 친절 등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사귐의 원리에 따르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경쟁적인 소유의 추구, 부의 축적, 안보를 위한 요새와 무기비축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피조물의 탄식과 가난한 민중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문서는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 기후 위기, 생태학적 위기가 서로 치명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인식하면서, 이러한 위기들은 상호 의존관계를 맺고 있고 서로를 강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따로 떼어놓고 다룰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앙인들의 행동에 궁극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문서는 "정의와 지속가능성의 영성을 증언하는 데 필요한 도덕적 용기를 갖고 만물을 위한 생명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예언자적 운동을 전개하자"고 권면한다. 문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변혁(transformation)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문서는 부산 총회를 기점으로 전 세계 교회들이 에큐메니칼 협력을 강화하고 만물을 위한 생명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더욱 견고한 일관성을 갖고 무엇보다 WCC의 역할을 강화시키기 위해 헌신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문서 채택의 어려움>
 
하지만 이 문서가 이번 부산 총회에서 채택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모두의 생명과…' 문서의 뿌리가 되는 아가페 문서의 산파역할을 한 박성원 교수(영남신대)는 "WCC 안에서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북반구교회들이 이 문서가 담고 있는 내용들을 매우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데, WCC의 결의방법이 다수결이 아닌 공동의 합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특정지역의 교회들 사이에 반대여론이 강하게 형성될 경우 문서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미 북반구교회들은 브라질에서 열린 지난 9차 총회 때도 아가페 문서가 채택되는 것을 반대했고 결국은 PWE를 통한 계속위원회가 아가페 문서에 대한 연구를 또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결국 이번 문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문제는 북반구교회들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이 부산 총회를 통해 가칭 '생태정의를 위한 교회의 헌신 10년'과 같은 캠페인의 실현을 어렵게 하는 난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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