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빅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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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6월 19일(수) 09:26
의사인 친구가 제게 유산소 운동으로 자전거를 추천, 지난달 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때 이후로 40여년 만에 처음 타보는 자전거는 두려움과 즐거움이 공존합니다. 처음 일 주일 어간엔 수 없이 넘어지면서 무릎과 종아리가 성한데 없이 상처가 나고 멍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보름 정도는 하남과 행주산성,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섭렵하며 즐거운 주말을 보냈습니다.

자전거는 유산소 운동이지만 심장과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운동이라 중년층이 운동하기에 적당한 운동입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새벽이나 밤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운동이라 바쁜 현대인들에게 적합합니다. 또한 자전거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진행방향과 같을 땐 힘이 덜 들지만 맞바람이 불면 페달링이 힘들어집니다. 오르막 길이 있는가 하면 내리막 길이 있고, 이처럼 자연의 섭리와 삶의 이치를 길과 바람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걸어서 가기엔 어렵고 자동차로는 갈 수 없는 그런 곳에도 자전거는 갈 수 있습니다. 평소 볼 수 없었던 이 나라의 숨겨져 있는 비경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감탄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제 고작 한 달의 미천한 경험으로 너무 많은 너스레를 떤 듯 합니다. 제 기준으로 생각보다 자전거가 싸지는 않았습니다. 신용카드 명세서에 이번 달 대금은 꽤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달이 도착되는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보면 자주 가는 음식점, 쇼핑몰, 레저생활 등 나의 소비 패턴과 취미생활에 대한 분석이 함께 옵니다. PC와 인터넷, 모바일 기기 이용이 생활화되면서 사람들이 도처에 남긴 흔적이 데이터화 되고 있기 때문이죠. 쇼핑의 경우, 과거에는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만 데이터가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쇼핑몰은 구매하지 않더라도 방문 기록이 자동적으로 데이터에 저장됩니다. 어떤 상품에 관심이 있는지, 얼마 동안 쇼핑몰에 머물렀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구글은 2008년 이후 해마다 미국질병통제센터(CDC)보다 열흘정도 앞서 독감 유행 시기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독감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늘어나면 이와 관련된 단어를 검색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죠. 구글이 CDC보다 빠르고 정확한 예측을 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 모든 일은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가 가능하게 한 일입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처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생긴 신생어입니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갖춰지면서부터 낱개로는 전혀 가치가 없던 데이터가 모여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죠.

카드회사가 고객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어떤 소비 패턴을 가졌는지, 어떤 문화 생활을 즐기는지 다 알게 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혹자는 우리의 삶이 낱낱이 드러나는 '네이키드 소사이어티'(naked society)에 살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제 점차 빅 데이터는 가공할 위력으로 세계를 점령해 나갈지도 모릅니다. 참으로 두려운 일이죠. 그러나 정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하나님께선 우리의 머리털까지도 낱낱이 세고 계시다는 사실이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이라며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지 않고 제 멋대로 살아가는 이들, 그들의 행적 모두가 하늘나라 빅데이터에 저장돼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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