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칼을 쳐서 보습을

데스크창-칼을 쳐서 보습을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6월 12일(수) 11:51
올해는 정전 협정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정전회담은 한국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1951년 7월 10일 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무려 2년이 넘는 마라톤 회담 끝에 성사된 회담입니다. 남과 북은 정전회담에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회담장 밖에서는 치킨게임(chicken game) 같은 무모한 사투를 계속 벌였습니다. 치킨게임 하면 흔히 떠올리는 장면이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입니다. 연적 관계인 두 청년은 절벽을 향해 나란히 질주합니다. 규칙은 차가 절벽에 가까워지면서 먼저 차에서 뛰어 내리는 겁쟁이가 지는 것이죠. 치킨게임은 이 겁쟁이를 치킨이라 불렀다는데서 유래됐다 하겠습니다.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 바로 치킨게임입니다.
 
정전 협정이 이뤄지기 직전, 남과 북의 가장 대표적인 전쟁이 백마고지 전투일 것입니다. 백마고지 전투는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벌어진 고지 전투입니다. 백마고지는 철원 평야 북단의 요충지로 본래 이름은 395고지였으나 전술적 중요성 때문에 남과 북의 병력이 12번이나 뺐고 빼앗기는 치열한 전투와 포격으로 인해 고지의 모습이 달라져서 백마고지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기초로 수 년 전 '고지전'이란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정전협정을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애록고지'에서 혈투를 벌이던 남과 북의 군인들은 환호합니다. 전쟁이 가져다 주는 참혹함과 황폐함으로 그들은 "지금 이 곳이 지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정전은 12시간 후에야 발효된다는 협정문에 따라 이들은 정전 이후 차지할 국토를 위해 마지막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됩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체험하지 않는 후방 관료들의 땅 따먹기 욕심에 이들은 교전 끝에 모두 장렬하게 전사하고 맙니다. 전쟁이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음을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2~13일, 실로 6년 여 만에 재개되기로 한 남북 당국 회담이 무산됐습니다. 그동안 북측의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 등 일촉즉발의 긴장관계 속에 있던 남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상호 신뢰 회복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남북현안이 하나씩 해결되고 나아가 비핵화 등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가시적인 성과가 이뤄지길 기대한 만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본 교단은 오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 53일 간을 '민족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치화평)을 위한 기도주간으로 선포하고 묵상집을 제작, 전국 교회가 사용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본 교단은 발간사를 통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포성은 멈췄으나 남과 북이 적대시하며 화해와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며 올해부터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2015년 까지 '치화평을 위한 3년 과정'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사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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