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근접성

데스크창-근접성

[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6월 05일(수) 10:31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위해 파리시는 기념 건축물 공모전 공고를 냈고, 여기에서 선발된 건축가가 에펠(Alexandre Gustave Eiffel)이었습니다. 그가 샹 드 마르 광장에 높이 300 미터의 철제탑을 세우겠다고 발표하자 파리의 건축설계사들은 일제히 반대를 했습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모두 돌로 지은 건축물로 인해,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그림엽서가 된다"는 이 아름다운 도시 파리에 철제탑이라니! 건축가들 뿐 아니라 시민들도 철탑은 흉할 뿐만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다고 불만의 소리를 높였고, 정부와 시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에펠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법정에서 했으며 결국 에펠탑이 세워졌습니다. 완공과 동시에 날마다 그 탑을 보게 된 시민들은 점차 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파리 만국 박람회 기간 동안만 10,2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고 지금은 파리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흉물스러울 것으로 예상했던 에펠탑을 단지 자주 접촉하는 것만으로 파리 시민들이 호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을 '단순 접촉 효과(Effect of simple contact)'라고 합니다. 현재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처음부터 좋아했던 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보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예컨대 지난 해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처음에는 저속하다고 생각하다가 계속 보게 되면서 익숙해지고, 나중엔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입니다.
 
학창시절, 가까웠던 친구들과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려 보시죠. 입학식 날 옆자리에 있었다거나, 같은 버스를 탄다든지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으로 만남이 시작되지 않으셨나요? 또는 처음엔 그다지 친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음악을 좋아한다 등 취미가 같다는 것을 통해 친해지기도 했을겁니다.
 
사람들이 학교나, 직장과 같은 집단에 들어가 새로운 친구관계를 만들어 갈 때 그 과정은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근접성'의 법칙입니다. 옆자리에 앉는다는 것은 근접성입니다. 근접성이 높으면 함께 있을 기회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에 대해 친밀감이 생겨 친해지기 쉬워진다는거죠.
 
심리학자 뉴컴(T. M. Newcomb)은 대학 기숙사에 새로 들어온 17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조사했습니다. 처음 일주일 동안에는 물리적 접근성(가까이 있는 것)의 영향을 받아, 조금이라도 가까운 방의 학생을 친구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2주가 지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거리와 상관없이, 자신과 생각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동료를 친구로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를 '근접성의 원리'라고 합니다. 
 
교회연합운동도 근접성의 원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소위 진보와 보수로 분류되는 서로 다른 교단이 자주 가까이 하여 친밀해져야 하고 그 후엔 한 분 하나님 아래 진영논리를 떠나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오직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 가까이 하기를 오늘까지 행한 것같이 하라"(수 23:8). 오직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적인 하나님의 교회에 가까이 다가서는 훈련을 통해 일치와 연합을 이뤄내는 한국교회가 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