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라벨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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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창 ]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5월 28일(화) 10:51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났을 때 사람은 무의식 적으로 상대방을 평가합니다. "당신은 무척 친절한 사람이군요" "그는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이야" "그는 침착하고 믿음직한 사람입니다". 심리학에서는 그것을 '라벨링(labeling)'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어떤 특색, 태도, 신념과 같은 라벨을 붙인 다음 그 라벨에 어울리는 요구를 하는 것입니다.
 
'설득의 심리학'의 저자이자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인 로버트 치알디니 연구팀은 이러한 전략의 효과를 실험했습니다. 그들은 한 실험에서 선거일에 유권자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라벨링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유권자를 인터뷰한 다음, 무작위로 그 중 절반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응답을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 당신은 '평균적인 사람들보다 투표 및 정치적 행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시민'이군요". 나머지 절반에게는 인터뷰에서 답한 것을 바탕으로 판단한 결과, 관심사나 신념 및 행동 면에서 '평균적인 수준'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훌륭한 시민'이라는 라벨이 붙여진 응답자들은 '평균적인 시민'이라는 라벨이 붙여진 사람들보다 자신을 더 나은 시민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주일 후 치러진 선거의 투표율도 15퍼센트 더 높았다는 것이죠.
 
라벨링 기법은 이런 선거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회사와 고객의 관계 또한 이 방식을 사용하면 더 굳건해질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항공사들이 비행을 마치면 승무원이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도 저희 ㅇㅇ항공사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승무원의 말은 승객들이 선택할 항공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네 항공사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입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렇게 많은 항공사 중에서 승객들이 자기 항공사를 선택한 데에는 그럴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는거죠. 즉 항공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도록 라벨링된 승객들은 스스로 자신의 선택과 항공사에 대하여 더 큰 신뢰를 느끼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거래를 결심한 고객에게 이 기법을 사용하면, 고객의 결정은 선택한 회사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고 회사는 고객의 이런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은 어둠의 세력에 휩쓸리게 하는 데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것이죠. 최근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 총회를 앞두고 일부 교단과 기관들이 '용공'이니 '다원주의'니 하며 WCC를 매도하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그들의 행위는 이 라벨링을 넘어 마치 매카시즘(McCarthyism)의 전형을 보는 것 같습니다.
 
'토론하다'는 의미의 'discuss'라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접두사 'dis~'와 원망을 의미하는 단어 'cuss'의 합성어입니다. 두 단어를 합치면 '원망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토론을 하면 원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죠.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며 무조건적인 비난을 퍼붓기 보다는 진지하고 건설적인 설득과 토론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피차의 다름을 인정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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