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틀림'

'다름과 틀림'

[ 데스크창 ] 데스크창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4월 08일(월) 13:18
최근 모 공중파 방송에서 종영한 드라마 중 '마의(馬醫)'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주인공 '백광현'은 조선 후기 현종 때 천민 출신으로 말을 치료하는 의원이었으나 훗날 임금을 모시는 어의(御醫)의 자리에까지 오르는 인생 역정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제작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 주인공이 마의에서 어의가 되는 과정 중에 담긴 시대 현실의 갈등, 반목, 사회문제 등을 오늘 이 시대의 콘텍스트에 투영하고자 한 듯합니다.
 
"자네가 뛰어나서도 못나서도 아니네. 다만 모두들 자네가 싫은걸세. 자넨, 우리와 다르니까!" 주인공 백광현이 마의에서 의생이 된 직후 겪는 차별에 대해 동료가 던진 대사입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어온 '다름과 틀림'의 문제가 아닐까요. 주인공은 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 받고 배척당합니다.
 
'다름과 틀림'은 가치판단이 아니라 기득권의 문제입니다. 기득권이란 한 집단이 기존에 누려온 권리로써 그 집단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기득권은 흔들리게 됩니다. 엄밀히 말해 기득권이란 일반적이지 않은 일종의 특권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당연시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당연한 귄리를 흔드는 다른요소를 철저히 배격합니다. 결국 '다름'을 '틀림'과 동일시하는 것이죠.
 
최근 일각에서 WCC 10차 총회의 개최를 반대하는 모습들을 봅니다. 이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된 이들일진대 이들의 주장을 보면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부 교단은 태생적인 이유로 반대를 한다 치더라도 대부분 논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에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알렉산드리아 출생의 아볼로라 하는 유대인이 나옵니다. 그는 초대교회 교부로, 사도 바울과 수제자인 베드로와 동등한 지위와 대우를 받았던 인물로 추정됩니다. 그는 "언변이 좋고 성경에 능통한 자였으나 요한의 세례만 알 따름"이라 했습니다. 그런 그를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데려다가 하나님의 도를 더 정확하게 풀어 가르쳤습니다. 성경에 능통한 아볼로가 어떻게 천막치는 부부의 가르침에 겸손하게 순종했을까요? 그것은 다름을 인정했기 때문이죠.
 
하나님께선 일꾼을 쓰실 때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 즉 사도바울이나 아볼로처럼 언변과 지식이 뛰어난 이를 쓰기도 하시지만 베드로처럼 열정적이고 직선적인 사람을 들어 쓰기도 하십니다. 언변과 성경의 능통함에 있는 게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택함에 따른 것이죠. 하나님께서는 성령 안에서 일꾼들 각자의 장점을 사용하시며 각자의 다양성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십니다.
 
다름은 틀림과 분명 다릅니다. 다름은 다양성이고, 틀림은 정통이 아닌 것으로 교회에서 제거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성령의 인도를 따르는 것은 다름이요, 그렇지 않음은 틀림입니다. 무엇이 악이고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정(正)이고 무엇이 사(邪)인지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성령 안에서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틀림을 구별하는 지체가 되어야 합니다. 마의 '백광현'이 사람들이 만든 차별의 벽에 부딪쳐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명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교회가 더 이상 나와 다르다라는 이유만으로 갈라져 싸우지 않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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