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샹싱(檀香刑)

탄샹싱(檀香刑)

[ 데스크창 ] 탄샹싱(檀香刑)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1월 21일(월) 14:39

[데스크창]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모옌(莫言)'의 작품을 요즈음 읽고 있습니다. 중국인 소설가 모옌은 필명인데 그 음(音)과 훈(訓)은 '없을 막(莫), 말씀 언(言)'으로 "말(言)로는 말하지 않고 글로 말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라 합니다. 1988년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한 '붉은 수수밭'의 원작자가 바로 모옌입니다. 그의 작품은 혹독한 가뭄 또는 극심한 홍수, 외세의 침략 등 중국 근대사 속에서 잡초처럼 살아가는 대륙인들의 모습을 통해 자기 민족의 슬픔과 고난의 역사를 문학으로 승화시킨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 작 중에는 '탄샹싱(檀香刑)'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박달나무 단(檀) 향기 향(香) 형벌 형(刑), 우리 말로 풀어보면 '향기나는 박달나무 형벌'쯤 될까요? 1895년 청일전쟁에 참패한 청나라가 구미 각국에 자국의 영토를 불하하거나, 철도 부설권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때 독일은 철도 부설권을 갖게됐는데 현지 주민들은 철로 부설에 저항했습니다. 이 소설은 독일의 철로 공사단이 모옌의 실제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현에 당도했던 1900년 전후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철로 부설단에게 저항하다가 처형된 쑨빙이라는 주인공 역시 실제 인물입니다.
 
소설은 봉기를 일으킨 쑨빙이 체포되고 처형되기까지 일주일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황제는 죄인에게 사형을 내릴 때, 그 과정을 지켜보며 즐기는 잔인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황제 직속 망나니는 죄수를 볼거리로 만드는 최고의 '고문 연출가'여야 했습니다. 독일 총독의 극렬한 항의를 받은 위안스카이는 마침 가오미현에 낙향해 있는 사형집행관 자오자에게 '지상 최대의 극형'을 주문합니다. 형부(刑部)의 수석 망나니 자리에서 은퇴한 자오자는 공교롭게도 쑨빙의 사돈입니다. 자기 사돈의 처형을 집행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맞게된 것이죠. 그가 어쩔 수 없이 집행해야 하는 형벌은 형부에 있을 때 소문으로만 들었던 바로 소설의 제목 '탄샹싱'입니다.
 
이 형벌을 위해선 먼저 끓는 참기름 가마솥에 박달나무를 푹 삶은 뒤 박달나무를 쐐기 모양으로 뾰족하게 깎아 사형수의 항문에 넣어 목덜미로 나오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내장을 상하게 하면 안 됩니다. 닷새 이상 목숨이 유지되야 하기 때문이죠. 박달나무를 참기름에 삶는 것은 사형수의 몸통을 매끄럽게 통과하고 혹시 나무 쐐기가 내장을 건드리더라도 피를 빨아들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니, 소설을 읽는 동안 "인간이 어찌 이토록 잔인할 수가 있는가" 진저리가 쳐졌습니다. 그런 뒤 나무에 매달아 목숨이 끊어지는 닷새의 과정을 지켜보는 형벌입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생각났습니다. 납덩어리가 달린 채찍에 맞아 살점이 튀고 그 상처 속으로 납 독이 오르고… 십자가를 메고 언덕 길을 오르며 탈수 상태가 되고… 창에 찔리고, 못질한 손과 발이 체중에 찢겨져 나가고… 횡경막이 밀려올라 호흡곤란을 일으킨 가운데 십자가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고통. 그러나 육체의 고통보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창세전부터 하나님과 하나이셨던 성자가 성부와 단절되는 고통이었을겁니다. 오늘도 잃어버린 영혼을 찾으시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