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

[ 데스크창 ] 오만과 편견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3년 01월 18일(금) 14:38

[데스크창]

휴게소를 운영하는 일가족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성을 수 년 간 학대했다는 내용을 방송한 공중파방송에 대해 최근 법원이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1일 김아무개씨를 비롯한 일가족 3인이 모 방송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인 김씨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제작진은 원고들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려 하지 아니한 채 그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그 내용이 맞는지 여부만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이미 자신들만의 사실과 결론을 도출하고 줄거리를 구상한 다음 이에 맞추어 취재하고 줄거리에 맞게 편집 제작한 악의적 프로그램"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2008년 9월부터 10월까지 세차례 방송된 '긴급출동 …'이라는 프로그램의 '찐빵소녀' 편입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강원도 홍천에서 휴게소를 운영하는 일가족이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한 소녀를 데려다 일을 시키면서 학대를 일삼고 폭행을 가했다"고 방송했습니다. 촬영팀은 제보를 받고 그 해 6월 손님으로 가장하여 취재했습니다.
 
이 방송사는 '주인과 격리한다'는 이유로 소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김씨는 법정구속돼 6개월간 실형을 살았으나 이듬해 9월 주요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판결이 내려져 벌금 1백만원형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했지만, 2010년 5월 서울고법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김씨 일가는 6월, 국가와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을 상대로 위자료 지급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은 김씨 가족에게 4천2백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같은 해 11월엔 방송사를 상대로 10억원 배상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방송사 측은 "다소 오류나 과장이 있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진실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만 판결문에 따르면, 1심과 2심 재판부가 방송사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최종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한 언론의 사회 감시역할의 의무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특성상 문제 접근 방식에 있어서 폭로와 고발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에 때로는 은폐적 취재방법을 사용하게 되고, 그 역기능으로 발생하는 것이 인격권 즉, 개인의 사생활이나 초상권의 침해 등 법적인 문제와 윤리적인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문제점은 이를 뛰어 넘어 취재의 첫 단계에서 객관성을 잃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제보를 받은 취재진은 사실 확인에 앞서 이미 가해자로 김씨 일가를 단정하고 그들의 주장을 제대로 듣지 않은채 자신들의 잣대로 기사의 시놉시스를 구성하고 거기에 맞는 부분만 확인하고 취재함으로써 공정성과 균형감각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런 일은 비단 신문, 방송의 보도 뿐 아니라 우리 주위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속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실과 소문에 근거해 대중들이 교회 전체를 재단해버리는 일입니다. 이런 것을 우리는 편견이라 부릅니다. 예수님 당시에 바리새인들은 편견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결국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일에 동참합니다. 오늘도 우리 주변에선 편견으로 그리스도와 이웃을 십자가에 못박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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