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했을까?

우리는 행복했을까?

[ 데스크창 ] 우리는 행복했을까?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12월 24일(월) 13:11
[데스크창]

십여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공부를 마치고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해안지역인 본머스(Bournemouth)에 보름 정도 머문 적이 있습니다. 이 본머스의 주도(州都)는 도체스터(Dochester)인데 소설 '테스(Tess Of The D'Urbervilles)'의 작가로 알려진 토마스 하디(Thomas Hardy)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토마스 하디는 이곳에서 태어나 34살까지 살며 '푸른 숲 나무아래(Under the Greenwood Tree)''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Far from the Madding Crowd)' 등의 작품을 집필하였습니다. 그의 유해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혀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유언에 따라 고향인 도체스터에 묻힌 첫째 부인 에마 라비니아의 묘에 합장되어 있습니다. 동고동락한 아내였기에 심장만이라도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죠.

대문호의 생가들은 사실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볼품 없고 초라하기 이를데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디의 생가 역시 소박한 집 한 채였습니다. 그러나 2백여 년 가까이 된 집 치고는 보존 상태가 훌륭했습니다. 현지 영국인 친구로부터 그것은 내셔널 트러스트(NT)라는 시민환경운동단체에서 관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NT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자원과 문화자산을 확보하여 시민 주도로 영구히 보전ㆍ관리하는 시민환경운동입니다.

NT의 정식명칭은 'National Trust for Places of Historic Interest or Natural Beauty'인데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으로 인해 오래된 기념물들이 파괴되고 자연도 심하게 훼손되자 1895년 목사 캐논 하드윅 론즐리(Canon Hardwicke Rawnsley), 변호사 로버트 헌터(Robert Hunter), 여류 사회활동가 옥타비아 힐(Octavia Hill) 세 사람에 의해 설립됐습니다. 1907년에는 내셔널트러스트법을 제정, 아름답거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토지와 건물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영구히 보존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재정은 대부분 회원이 부담하는 소액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충당합니다. 발족 당시 몇 백 명이던 회원이 현재는 260만 명에 이르며 영국토지의 1.5%, 해안지역의 17%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24개국에서 이같은 내셔널트러스트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의식이 깨어있는 이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한 예라 하겠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2012년 대한민국은 행복했나 되돌아 봅니다. 총선과 대선을 성숙하게 치러냈고 경제 위기도 한국인의 끈기와 열정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풍요롭지도, 행복하지도 못합니다. 이 좁은 나라에서 동과 서, 남과 북의 갈등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행복하지 못합니다. 지도자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현되지 않는 대한민국은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잎만 무성하고 열매 맺지 못했을지라도 한 해 더 참아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한 해를 접습니다. 새해엔 정말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길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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