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과 순교

순직과 순교

[ 기고 ] 순직과 순교

정원범교수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10월 12일(금) 16:58

[독자투고]

지난 여름 사올라 태풍과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길이 끊기고 2주 동안 고립되었던 필리핀 람느히 성도들과 주민들에게 빵과 복음을 전해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다가 급류에 휩쓸려 그만 37세의 젊은 나이로 주님 품에 안기게 된 고 조원준 선교사의 별세를 안타까워하며 그를 아는 지인들은 눈시울을 적시어야 했다.

고 조원준선교사는 필자가 대전신대 학부와 신대원에서 7년간 가르쳤던 제자였다. 그에 있어서 특별했던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과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었다는 점이다. 그는 그와 같은 열정을 선교현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2010년 12월 부산 안락교회에서 필리핀 앙겔레스 지역의 선교사로 파송 받아 앙겔레스에서 현지학교와 연계한 다음세대의 어학 교육사업, 안락교회 단기선교팀 훈련 및 교육, 선교지 전도훈련 및 구제사업, 람느히 어린이 전도사역과 미전도종족 선교 등 짧은 기간 동안 참으로 많은 사역들을 열정적으로  수행했다. 그처럼 선교사역에 열정적이었기에 그는 2주째 계속된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홍수로 70여 명이 숨지고 1백20여 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람느히교회 선교지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다. 전기, 대중교통, 주요 간선도로 등 사회 인프라 전반이 마비된 채 외부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굶주림에 허덕이는 성도들과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며 "나를 기다리는 성도들을 만나야 한다"며 먹을 빵을 나눠주기 위해 그리고 주일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5~6시간 떨어진 람느히교회로 이동하던 중 험준한 낭떠러지와 계곡을 지나 강을 건너다 그만 변을 당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그런데 이 젊은 선교사의 죽음에 대해 두 개의 시각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순직이다' 아니다 '그것은 순교다'라는 것이다. 사전에 따르면, '순직'은 "직무를 수행하다가 목숨을 잃음" 또는 "직무를 다하다가 목숨을 잃음"이라고 되어 있고, '순교'란 "종교를 가진 사람이 자기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침" 또는 "모든 압박과 박해를 물리치고 자기가 믿는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 넓은 뜻으로는 주의나 사상을 위하여 죽는 경우에도 쓴다"라고 되어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고 조원준 선교사의 죽음은 선교사의 직무를 다하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순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그의 죽음은 자기가 믿는 신앙과 자기가 믿는 예수복음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니 그것은 분명히 '순교'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17세기 아일랜드 사람의 글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십자가로 간주되는 순교가 세 종류가 있는데 즉 백색 순교, 녹색 순교, 적색 순교이다. 백색 순교는 사람이 하나님을 위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녹색 순교는 금식과 노동을 방편으로 해서 자신의 악한 소욕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 또는 참회와 회개로 아픔을 감수하는 일이다. 적색 순교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십자가 혹은 죽음을 감내하는 일이다." 어떤 종류의 순교이든지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피가 거름이 되어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교회이다. 그런데 어느 새 한국교회가 십자가 정신, 순교 정신을 잃어버린 채 허우적 되고 있다.

고 조원준선교사의 순교를 기억하며 한국교회가 다시금 십자가의 순교정신을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원범 교수/대전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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