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첫사랑이 생각납니다.

가을이 되면 첫사랑이 생각납니다.

[ 상담Q&A ] 계절 우울증

홍인종교수
2012년 09월 26일(수) 11:02

[상담Q&A]

   
Q : 부모님의 반대로 20대 초반에 교회에서 만난 첫사랑과 헤어졌습니다. 그 후 연애도 제대로 못했고, 30대에 접어들면서 중매로 싫지 않은 사람과 결혼해서 무난하게 지난 17년을 살아왔습니다. 남편의 직장도 그런대로 안정적이고, 제게 잘 해주고, 자녀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기념일이 있는 가을이 되면 자꾸 첫사랑의 남자가 생각나고, 눈물이 나며 우울해 집니다. 또 몸에 에너지도 없고, 잠이 늘고, 평상시에 먹지 않던 단 음식을 찾고 과식을 합니다. 그 남자와 결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쓸데없는 상상도 합니다. 회개도 하고 기도도 했지만 저는 나쁜 여자인가 봅니다.

A: 언제나 첫사랑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자매님은 착한 딸이기에 부모님의 반대에 첫사랑과 헤어졌고, 부모님이 허락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습니다. 또한 착하게 아내와 어머니, 딸의 자리를 잘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가을이면 주기적으로 신체적 무기력감과 우울함이 자매님을 위축시키고, 첫사랑의 추억이 신앙적으로 힘들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매님의 증상은 계절 우울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면서 일조량의 감소(멜라토닌 대사 장애)로 과수면, 과섭취, 우울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보통 이 증상은 남성 보다 여성에게서 세배 이상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한 기념일 증후군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매님의 결혼 기념일이 되면 옛사랑을 떠올리고, 그에 따른 하나의 의식을 갖는 것입니다.
 
보통은 계절이 바뀌고 봄이 되면 이런 증상이 저절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일조량을 늘리는 햇빛/광선 요법, 필요하면 항우울제 처방, 적절한 운동과 균형 식단 등으로 증상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그 중심에는 첫사랑의 상실감이 문제해결 대처 방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삶에 결코 만족할 수 없도록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과 경쟁하는 방식입니다. 그렇기에 남들 보기에는 행복하고, 안정적이고 문제가 없어 보여도 자매님은 우울하고, 외롭고, 상상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예수님은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나를 따르라(마 8:22)"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첫사랑은 장사 지낸 사랑입니다. 옛사랑을 떠나보내십시오. 이루지 못한 사랑은 점점 더 아름답게 채색되어 현재 결혼생활을 더 초라하게 만듭니다. 예수님의 "나를 따르라"는 말씀은 과거의 상실감과 슬픔에 머물러 있지 말고, 지금 예수님의 가르침과 삶을 닮으라는 명령입니다. 현재 남편과 자녀들과 부모님을 다시 보십시오. 자매님이 수동적인 착한 딸, 아내 역할에서 능동적으로 지금부터 남편을, 가족을 사랑하기로 선택하십시오. 결혼기념일은 못 이룬 사랑을 추억하는 날이 아니라 선택한 사람과 사랑으로 연합할 것을 결심하고 시작한 새로운 사랑의 기념일입니다.

홍인종교수 / 장신대 목회상담학ㆍ희망나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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