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 안에 담긴 미션

한마디 안에 담긴 미션

[ 소통의기술 ] (3)

최석규 대표
2024년 10월 11일(금) 14:37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비극은 다양한 '간극' 사이에 존재한다.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의 간극, 말하고 싶은 본능과 듣기 싫어하는 본능의 간극, 그래서 생기는 이해와 오해. 그럴수록 더 풍성한(?) 말 잔치가 벌어지기 십상인데 그럴 땐 돌아서면 뭘 이야기했는지 잘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각자 생각해 온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시간이 있다. 자기 아이디어는 누구나 소중하기에 가급적 자세하고 길게 설명하려 한다. 그럴 때면 꼭 다시 묻게 되는 말이 있다. "그 아이디어를 한마디로 하면 뭐야?" 아이디어의 핵심을 묻는 것이다. 본질이 뭐냐는 것이다. 미사여구, 군더더기 다 빼고 말하고자 하는 알맹이가 무엇인지를.

말이든 사람이든 '핵심'(core)이 중요하다. 핵심은 듣는 사람이 기억하기에 쉽다. 공동체의 경우 핵심은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을 강력하게 만들어낸다. 그리고 공동체 그 자체의 아이덴티티(정체성)가 되기도 한다. 그건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아웃도어 브랜드 중 착한소비, 개념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파타고니아(Patagonia)다. 파타고니아는 브랜드 미션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 a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이웃을 돕기 위해서도 아니란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포어 더 플래넛(For the planet)'이다. 핵심이 이렇다 보니 환경을 위한 기부는 물론 옷도 헌 페트병으로 플리스 재킷을 만든다. 심지어 '이 자켓을 사지 말라(Don't buy this jacket).'와 같은 광고까지 한다. 자기네 제품이지만 고쳐 입고 빨아 입지 굳이 새 제품을 자꾸 사지 말라고. 모든 구성원이 같은 정신으로 일하고 그 핵심을 지향한다. 소비자들도 당연히 파타고니아 하면 '지구'를 떠올린다. 이 핵심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드 정체성이자 본질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은 나눠 먹는 빵'이라는 '성심당'은 또 어떤가? 빵이 맛있는 건 기본이다. 중요한 건 성심당의 핵심(Core)이다. 성심당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건 '나눔'이다. 실향민인 창업주가 대전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부터 당일 만든 빵 중 안 팔리고 남은 빵은 전부 이웃에게 나눠줬다. 지금도 그 'DNA'는 이어져 한 해 동안 이웃과 나눈 빵만 10억 원어치가 넘는단다. 직원들은 매일 각지에 보낼 나눔 빵을 포장한다. 이게 핵심의 힘이다. 성심당의 본질이자 정체성이다.

말의 홍수 속에 쓸려가지 않으려면 핵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 말은 물론 사람도 인생도 결국 핵심이 관건이다.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그렇게 묻지 않으셨던가?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주님을 한마디로 뭐라고 말하겠냐고. 주님의 정체성, 본질, 핵심을 물으신 것이다.

내 말을, 내 글을, 나를, 우리 교회를 한마디로 말해보라. 뭐라고 말하겠는가? 예수님이 "너는 누구냐?"라고 물으신다면? 누군가 "당신 인생의 핵심이 뭐냐?"고 묻는다면.



최석규 대표(쉐어스팟·가천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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