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가을의 기도

[ 문화 ] 시-가을의 기도

김휘현목사 webmaster@pckworld.com
2012년 09월 21일(금) 15:34

[동인시단]

따사로운 햇살을 비춰주소서
지난여름은 너무 갑갑했습니다
마음의 여유까지 증발시킨 가뭄과
생의 의지마저 앗아가려 했던 태풍에
마음이 움츠러들었습니다
선선한 바람을 불어주소서
지난여름은 너무 게을렀습니다
머뭇거리는 사이 
믿음의 자리에서 벗어나버렸습니다
이제 제자리를 찾게 하소서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처럼
뻗어나기에 바빴습니다
생각 없이 기웃거리다가 
눈은 하늘처럼 높아버렸고
이미 마음엔 허전함이 밀려와 있습니다
이제는
흐트러진 마음 여미고
눈을 들어 희어진 밭을 보게 하소서
그리고
겨울이 오기 전에 거둬들이게 하소서


내어주는 부요함
많이 거둘 때도 남음이 없고
적게 거둘 때도 모자람이 없는 이 가을은
진정 아버지의 은총입니다.

땀의 열매를
하나씩 내어놓을 때
열매를 인하여 누군가 얻음이 있으리
이토록 소중함을
하나씩 잃을 때
잃음을 인하여 누군가 얻음이 있으리

내어줌을 인하여
가을 하늘은 더욱 푸르고
잃음을 인하여
가을 바람은 더욱 부요하리라

김휘현 / 동일교회 목사ㆍ제3회 기독신춘문예 시 가작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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