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저널리즘, 1분 저널리즘

클릭 저널리즘, 1분 저널리즘

[ 데스크창 ] 클릭 저널리즘, 1분 저널리즘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8월 28일(화) 16:22

[데스크창]

인터넷의 등장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메시지의 생산과 유통, 소비의 전 부분에 걸쳐 기존의 미디어 환경과 구별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초래했습니다. 특히 포털(portal) 뉴스는 속보성, 쌍 방향성, 사용자 편의성 등 인터넷의 미디어적 특성을 발휘하며 온라인 뉴스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 10명 중 9명은 포털 사이트를 주된 뉴스 사이트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가 상용화되면서 가족 혹은 직장동료, 때로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식당이나 찻집에서 함께 있을 때 대부분 식사나 차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런 대화없이 스마트 폰을 들여다 보는 것이 일상화 됐습니다. 예전 같으면 가족 간의 소소한 이야기, 직장 동료 간의 정담, 오랫 만에 만난 친구와 옛 추억 만들기 등 서로 눈을 마주하고 나누는 '아이 컨택트 타임(eye contact time)'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문명이 시공을 초월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했다고 하지만 한편으론 또 다른 벽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듭니다. 
 
요즈음 포털에선 몇 초마다 화면이 회전하면서 뉴스 제목들이 돌아가는데 "S라인, 얼짱, 섹시ㆍ동안 미모, 자살, 의혹, 폭력, 성폭행, 마약" 등 다소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단어들이 상당수 차지합니다. 네티즌들은 자극적인 제목에 집중하고 자연히 다른 제목엔 관심이 줄어듭니다. 정작 자극적인 제목을 클릭하면, 제목과 전혀 딴 판인 기사들이 많습니다. 소위 '낚시'라는 기사들입니다.
 
지난 해 창간된 온라인협회보 창간사에 보면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자성하고 질타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온라인저널리즘이 언제부터인가 샛길로 빠져 미로를 헤매고 있습니다. 취재, 기사 배치, 이슈 선정, 제목 달기 등 온라인저널리즘의 모든 영역에서 '기사 클릭수'가 편집기자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습니다. '내가 올린 기사의 클릭수가 얼마나 나올까'하는 염려 때문에 편집 기자는 항상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아무리 중요한 기사라도 클릭수가 보장이 안되면 모니터에서 사라져버리는 현실, 온라인 저널리즘이 실종된 자리를 차지하는 '클릭 저널리즘'입니다. 1분 간 클릭수의 추이로 기사의 가치가 결정되는 '1분 저널리즘'이 인터넷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편집기자의 신음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사의 조회수 통계에 따라 각 언론사마다 광고 수주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 편집기자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제목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독되어가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이와 함께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뉴스 연성화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중요 사안이나 권력에 대한 비판 등 사안의 특성상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주제에 대해 지나치게 가볍게 넘어가거나 아예 연예, 스포츠, 엽기 등 인기 위주의 편집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밤 저녁 시간대 드라마의 줄거리나 오락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가볍게 한 말 한마디가 뉴스로 탈바꿈하는 현실, 해외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의 파파라치 사진, 연예인 특히 아이돌 스타의 공항 패션이 뭐 그리 대단한 뉴스가 될까요? 때로는 무엇이 뉴스인지 언론에 종사하는 저희들도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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