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의 가르침

흐르는 물의 가르침

[ 데스크창 ] 흐르는 물의 가르침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8월 21일(화) 16:22
[데스크창] 올 여름, 보름 이상 지속된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한강에 녹조현상이 심해서 수돗물의 식수 안정성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광복절인 지난 15일엔 집중 호우로 수도권 일부지역이 침수되기도 했습니다. 평소엔 소중한 줄 잊고 지내다 조금만 부족하거나 넘쳐도 그 존재감을 느끼는 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은 흐릅니다. 장애물이 없으면 흐르고 둑이 가로 막으면 멉춥니다. 물은 거스름이 없습니다. 상대를 거스르지 않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겸손을 보입니다.
 
흔히 처세술이라 하면 직장 상사나 윗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비굴한 행동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보면 처세술이란 "사람들과 사귀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나 수단"이라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지혜와 방법이라 할 수 있겠죠. 옛 말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으뜸가는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으로 가장 으뜸가는 처세술도 물과 같아야 한다는 거죠.
 
흐르는 물은 강합니다. 인류 최초로 흐르는 물을 에너지로 사용한 것은 그리스인이라고 합니다. 물방앗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세기, 테살로니카의 풍류시인인 안티파터의 시에 곡물을 갈기 위해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방아를 돌리던 손을 쉬게 하라. 네 손이 하던 일들을 이제 님프들이 해줄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보듯이 방아는 맷돌을 수직의 축 위에 올리고 흐름이 빠른 물에서 회전하는 수평의 외륜이 고정된 돌과 맞물려 회전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물방앗간은 아일랜드와 스칸디나비아, 중국에서도 발견됩니다.
 
후에 인류는 종이를 위한 펄프를 생산하거나 목재를 톱질할 때, 또는 곡식을 갈거나 사탕수수와 광석을 부수는 데도 흐르는 물을 이용한 방아를 사용합니다. 영국 북부에서는 1880년에 최초로 물을 이용해 발전을 했습니다. 1920년대에는 수력 발전이 미국 전력의 40퍼센트를 차지했으며 노르웨이와 브라질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현재 자국의 거의 모든 전력 수요를 수력으로 충족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물은 위대합니다. 그래서 '강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물처럼 되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물은 고정된 모습이 없고 유연합니다. 담겨지는 그릇에 따라 유연하게 변합니다. 그렇다고 본질을 잃지는 않습니다. 어떤 그릇이나 어느 지형을 따라 흘러가도 자신의 형상을 그곳에 맞출 줄 알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진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상대와 합일을 이뤄냅니다. 흐르는 물이야 말로 진정한 '에큐메니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물의 속성입니다. 상하의 차이가 조금만 있어도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수평, 즉 공평함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물은 맑고 탁함을 가리지않습니다. 깨끗한 물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오물도 함께 섞여 흐릅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을 지니고 망망대해로 가면 바다는 그것들을 묵묵히 받아 줍니다. 신비하게도 바다는 오염되지 않고 다시 정화됩니다. 청탁병탄(淸濁倂呑), 도량이 커서 선인이나 악인을 가리지 않고 널리 포용함을 뜻하는 말입니다. 흐르는 물처럼 겸손하고 유연하게, 바다처럼 큰 도량을 가진 처세를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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