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경계

[ 데스크창 ] 데스크창-경계

안홍철 기자 hcahn@pckworld.com
2012년 07월 11일(수) 15:15
바울이 전도여행 중 드로아에 일주일 간 머무르던 마지막 날, 밤이 깊도록 성경을 강론하던 중 한 청년이 창문 틀에 앉아서 말씀을 듣다가 그만 조는 바람에 떨어져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건이 있습니다. '유두고' 사건이죠. 유두고는 헬라어로 '복되다','다행이다'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떨어져 죽었으나 이름처럼 다행히 살아납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설교가들은 창문 틀에 걸터 앉았다는 것과 졸았다는데 주목합니다. 한 발은 창문 밖에 한 발은 창문 안에 놓고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라는 것이죠. 또 졸았다는 것은 머리는 몽롱하고 몸은 움직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믿음이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결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 사건의 맥락(context)을 다르게 보는 설교가들도 있습니다. 바울의 고별설교였기에 사람이 많았고 말씀을 사모하는 청년이 자리가 없어서 위험하지만 창문 틀에 앉게된 것이죠. 사람이 많고 밤깊도록 강론하느라 등불을 켜서 연기와 그을음이 상승작용을 하며 창문틀로 이동했기에 정신이 혼미했을거란 추측입니다. 그러므로 유두고는 어정쩡한 신앙생활을 보여주는 신앙인의 전형이 아니라 말씀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야구 경기장에 가보면 높은 곳에 걸터앉아 경기를 관람하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삭개오가 뽕나무에 올라가 예수님을 보고 싶어했던 것처럼 말이죠. 아무튼 창문 틀은 세상과 교회의 '경계'라고 해석하는데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경계'를 소재로 한 것 중에 '터미널'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서 8년 간 살았던 이란인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그는 영국 유학 중 이란 왕정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인해 고국으로의 입국을 거부당하자 공항에 아예 눌러 앉게 됩니다. 그는 책을 읽고,일기를 쓰는 것으로 하루 대부분을 보냈으며 그가 이때 작성한 일기를 바탕으로 '공항의 남자(The Terminal Man)' 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빅터'는 동유럽의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 사람입니다.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려고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합니다. 그러나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가기도 전에 충격적인 소식을 접합니다. 그가 미국으로 오는 동안 고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한시적으로 무국적자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미국에 입국할 수도 없게 된 것입니다. 오로지 그가 머물 수 있는 곳은 공항 밖에 없습니다. 기약 없는 체류기간에도 빅터는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생존하며 공항 내 스텝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가 해결돼 공항 밖으로 나가 아버지의 유언을 이루게 됩니다. 재즈팬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당대 최고의 58명 재즈 연주가들의 사인을 수집 중이었는데 마지막 한명의 사인을 얻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빅터는 아버지의 소망, 그 약속을 지키기위해 뉴욕에 왔던 겁니다.
 
공항은 만남과 헤어짐,기다림과 떠남,사랑과 이별의 장소입니다. 또한 하늘에 속한 것도 아니고 땅에 속한 것도 아닙니다. 인간사를 들여다 보면 모호한 경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보는 이들도 어지러운데 정작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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