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하나되는 통일 '밥상에서부터'시작하세요"

"우리 민족 하나되는 통일 '밥상에서부터'시작하세요"

[ 아름다운세상 ] 원장 이애란박사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2년 07월 09일(월) 18:08
남북 차이 넘은 식품 영양의 전문가,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 이애란박사
   

감자탕,순대국,곱창… 맛집으로 가득한 종로 낙원동의 한 골목. 외관상 허름해보이는 건물 2층에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이 있다. 지난 21일 탈북자들 외에 아직까지 찾아오는 이들이 뜸한 연구원이 많은 내빈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한식 원형복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을 통해 평양 등 6개 지역 1백50여 종의 북한 전통음식을 발굴하고(2011년 10월∼2012년 5월) 대표음식 18종에 대한 전시 및 시식회를 가진 것. 어복쟁반,명태순대,대추밤초,연안식혜,가지짠지,총떡,개성무찜 등 이름도 생소한 북한 전통음식들이 오감을 자극했다.

그 중심에는 분주하게 손님들을 맞이하는 이애란박사(48세ㆍ온누리교회)가 있었다. 지난 1997년 아들,부모와 함께 탈북한 그는 탈북 여성 최초의 박사(이화여대 식품영양학)로 2008년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 연구원을 설립했다. 릴레이 금식으로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운동에도 앞장서온 그는 지난 2010년에는 미 국무부로부터 '국제 용기 있는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북한전통음식 시식회에 앞서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옥인교회에서 만난 이애란박사는 '용기 있는 여성상'의 주인공 답게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다. '통일은 밥상에서부터'라는 신념을 갖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북한은 폐쇄사회인 반면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상당히 다양한 이념과 문화,가치관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북한 주민들은 너무 가난하고 빈곤하고 초라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수령체제하에서 강요된 삶을 살면서 바깥 세상에 무지한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문화는 당연히 낯선 것일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서부터 편견과 소외,업신여김 같은 것들이 발생하는데 이는 통일이 된 이후에도 커다란 심리적 분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 탈북한 당시에는 그 역시 이러한 '심리적 분단'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하나 뿐인 아들이 친구의 부모들로부터 "쟤는 탈북자니까 같이 놀지 말라"는 말을 듣고 올 때면 남모르게 울음을 삼켜야만 했다.

   
▲ 지난 6월 21일 열린 북한 전통음식 조사발표회에서 선보인 대표적인 북한 음식들.

북한 신의주경공업대학 식료공학부를 졸업한 이애란박사는 남한으로 오기 전 13년간 북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식품품질감독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남북의 차이를 넘어 '식품영양'에는 전문가인 셈. 식품영양학자로서 현재 그가 보는 북한 주민들의 영양 상태는 심각함 그 이상이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에 대한 학습된,막연한 증오심을 갖고 있고 남한 주민들은 북한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무관심으로 일관해오는 동안 서로의 체형이 달라질 정도입니다. 북한은 전 국민의 30%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평양 출신인 그는 11살이 되던 해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전 가족이 양강도로 추방당하면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탈북 이후에는 외가 친척들 다수가 정치범수용소에서 숙청을 당한 아픔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애란박사는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에 남다른 열심을 보이고 있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에스더의 고백(에 4:13∼16)을 읊어보인 이 박사는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전달하려면 은밀하게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소리쳐야 한다. 3ㆍ1운동 때도 골방에서 가만히 할 수 있었겠지만 일제에게 우리 민족의 독립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가 총칼을 맞으며 만세를 불렀다"며 "하나님 사랑의 최고 표현은 '생명을 살리는 것'이지 않은가. 독재정권에서 고통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애란박사는 '탈북자의 대모'로 불리우는 주선애교수(장신대 명예)와는 탈북자종합회관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이 있다. 주 교수는 이 박사가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를 위해 단식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중국대사관 앞을 찾아와 큰 힘이 돼줬다. 아버지가 평양에서 교회 다닐 때 전도사로 인연을 맺은 림인식목사(노량진교회 원로)는 "기댈 때가 없을 때 의지하게 되는" 아버지 같은 존재다. 두 사람은 물론이고 보니엠,안철수박사,수잔 숄티,탤런트 차인표 등 수많은 이들이 중국대사관 앞을 다녀갔다. 이 박사는 "많은 분들이 이곳을 다녀가셨고 지금도 여전히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관심과 사랑,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2월 23일부터 시작된 탈북자 강제북송 중지를 위한 릴레이 금식이 어느덧 1백50여 일째 접어들고 있다. 이애란박사는 "1천일 동안 릴레이로 금식 기도를 이어가려고 한다"며 "갈길이 멀고 어렵다.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고 하나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믿음이 필요하다"며 기도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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