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Memento mori)할게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할게요!

[ 논설위원 칼럼 ]

임화식목사
2011년 12월 26일(월) 16:07

1945년 4월 8일,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V. Bonhoeffer)목사가 나치에 의해 처형장으로 끌려 갈 때,같은 감옥에 있던 한 영국군 장교가 본회퍼 목사를 향해 "목사님! 마지막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 말을 들은 본회퍼 목사는 미소를 머금고 평화스러운 낯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지막이 아닙니다. 지금이 시작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할 때에 그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죽음이 끝이 아니다. 죽음이란 의학의 실패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일 뿐이라는 신앙과 소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그리스도인이다. 다시 말하면 죽음은 전혀 새로운 그러면서도 놀랍고 영광스러운 새 삶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활을 믿기 때문이며 죽음 이후의 영원한 세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우리의 마지막 날을 준비하는 것이 매일의 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매튜 헨리(Matthew Henry)의 말을 기억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은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스스로 유일한 인생임을 깨닫고 하나님과 함께하는 의미 있는 삶을 보내라는 뜻으로 중세의 기독교인들이 자기 자신을 향해,또는 만나면 서로 인사말처럼 '메멘토 모리'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불행한 모습으로 죽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그리고 죽음이라는 말을 금기시하며 논의하는 것조차 꺼려온 것은 결국 죽음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지니고 살아가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블랙 스완(Black Swan)'을 만날 때가 있다. 블랙 스완(검은 백조)은 2007년 나심 탈레브(Nassim N. Taleb)라는 학자가 '블랙 스완'이라는 책을 발간한 이후 관심 용어가 되었다.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여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이 블랙 스완의 특징이며,일단 나타났다하면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만큼 충격적인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블랙 스완이다.
 
2011년을 보내면서 삶 가운데 예고 없이 찾아온 블랙 스완이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예고 없이 암이라는 현실로 나타났을 때에 '내 인생의 호수에 찾아온 검은 흑조'를 보고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당황하지 않으며 담담히 아니 치밀하게 죽음을 준비하며 '메멘토 모리'를 삶 속에서 실천한 윤의근 목사님을 회고하지 않을 수 없다. 페이스 북에 마지막 남긴 목사님의 글들을 여기에 옮긴다. 2년 전 폐암 진단 받고 쓰신 편지 내용도 생각난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힘차게 활동하시면서 우리가 바라거나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베풀어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엡 3:20,공동번역성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성경말씀입니다. 내게 병이,그것도 암이 발병하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처음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두려움보다는 오히려 감사한 생각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오래 산 것(환갑)에서부터 예수 믿고 축복 받은 것이나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것,그리고 이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온 것,목회도 마음껏 했고,무엇보다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암에 걸린 것 등 감사한 내용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의사들의 이야기는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2년쯤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그동안 쉬면서 준비하면 될 것입니다. … 모두들 죽지 않으려고 하니까 걱정도 많고 힘 드는 것이지 ‘죽으면 죽으리이다’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편한 것 같습니다. 나 때문에 온 교회가 비상이 걸렸고,장로님과 권사님,집사님들까지 새벽과 저녁에 특별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 낮에 우리 교회의 장로님들이 10여 명 오셔서 문병을 했는데,모두들 완치되어 70세까지 시무하기를 원했고,어떤 장로님은 벌써 미국에까지 연락을 해서 수술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려내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것을 보고 또 한 번 감사드렸습니다. 임 목사님도 아시듯이 나는 때를 잘 타고 나서 공부도 많이 못했지만 좋은 교회,대구 신암교회에서 30년 가까이 목회할 수 있었고,노회나 총회적으로도 여한 없이 일했습니다."
 

   
2009년 12월 10일 서울삼성의료원에서 앞으로 2년 시한부 인생을 살 것이라고 편지 주셨던 윤의근 목사님! 비록 한 주간 먼저 가셨지만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 된다"는 신념과 호기심으로 천국길 먼저 가신 윤목사님! "메멘토 모리 할게요."


임화식목사/순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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